일본 고레이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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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레이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회사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8.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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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⑧
▲ 고령사의 경영구조 및 경영철학을 직접 설명해주고 있는 쿠오야마 아키오 사장.

고령근로 실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 도쿄에 있는 고레이샤
고레이샤(高齡社) 2000년 1월 자본금 1000만 엔으로 시작해
20세기 자본주의 시대, 21세기는 사람중심의 인본주의 시대
퇴직인생에 가장 절실한 건 돈보다 사회동료와의 연결고리

 

일본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장기적인 노동력부족과 사회보장예산의 증가를 예상하고 고령자 취업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의 언론 또한 노인들의 노동력 활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에 나섰다.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사회에 심어주는데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일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노인들에게 주어졌고, 그들이 일을 함으로써 의료비 절감이라는 사회적 이득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사회에 먼저 들어선 국가다. 이미 전체 인구 중 55세 이상이 5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됐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령자 고용안정법 등을 개정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오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장수사회다. 인구의 주축이 노인그룹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현재 4명 중 1명(23%)이 65세 이상 노인이지만 2055년엔 거의 2명 중 1명(41%)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50세까지 낮추면(액티브시니어) 2023년 인구 절반이 시니어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700만 베이비부머(단카이 세대)의 은퇴로 노인 인구는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는 이유다. 그러니 고민도 많아지지만 당장은 노인들의 소비로 국가경제를 떠받치고 길게는 출산율을 높이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탓이다.

▲ 고령사 사무실 입구에 달려있는 ‘高’자를 눕혀 디자인한 회사간판(왼쪽)과 아키하바라역 근처에 있는 고령사 전경.

■정년퇴직자만으로 구성 영리추구사업 모델
문제는 노인들의 소비다. 돈이 있어도 불안해 저축에 치중하니 필수용도가 아니면 노인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들의 소비를 늘리려면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소득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하여 일본에는 은퇴자나 고령의 근로자를 위한 회사들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은 퇴직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기존회사가 관계회사처럼 설립한 형태가 눈에 띈다. 은퇴자들이나 고령자들의 고용흡수와 근로자 복지향상을 위해 설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모회사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물품판매·사택관리·서적보관·차량점검, 주차관리, 빌딩옥상관리 등의 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너서클을 위한 고령근로는 성공모델로 부족한 편이다. 결국 외부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고령근로를 실현해야 하는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고령근로를 실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도쿄에 있는 고레이샤(高齡社)다. 정년퇴직자만으로 직원을 구성해 영리추구 사업모델을 성공시킨 덕분에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레이샤(高齡社)는 지난 2000년 1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1000만 엔으로 시작했다. 애초부터 시니어가 시니어를 위해 창설한 주식회사다. 이 회사에서 추구하려는 의도는 은퇴자 등 고령자가 소속돼 있는 일들을 모색했기 때문에 대놓고 고령근로는 최대가치의 수행미션이었다. 고령직원을 위한 쉬운 기호문구가 곳곳에 배치됐을 정도다. 회사이름도 단연 압권이다. 회사명이 고령자(高齡者)의 일본어 발음과 똑같으며, 회사의 로고도 고(高)자를 옆으로 눕혀서 디자인함으로써 상징성을 더했다. 기억하기 좋은 최적 회사명이란 평이다. 명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고령화시대를 맞아 일본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각종 언론들도 단골 취재거리라고.

설립자는 우에다 켄지(上田硏二) 회장이었다. 도쿄가스회사 검침원으로 입사해 이사를 거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베테랑 경영자였다고. 그가 도쿄가스 퇴직자(OB)를 모아 고레이샤(高齡社)를 설립했던 것이다. 가스검침개폐관리 업무에 퇴직자를 파견한다는 점에서 노인 일자리로는 제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설립 이유가 주변에서 확인한 정년퇴직자의 안타까운 삶에 무엇인가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은퇴 이후 처음은 골프·마작 등 취미활동과 음주모임으로 여유를 즐기지만 6개월이면 질릴 수밖에 없고, 이후엔 가시방석인 가족 눈치 속에 집에서 빈둥대는 이들의 현실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고민도 작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성적표는 좋았던 것이다. 설립초기 2000만~3000만 엔이던 매출이 지난 2010년에는 4억 엔을 넘기는 등 순조롭게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4억9000만 엔에 이어 올해에는 5억 엔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가파른 성장폭의 고령사 영업수익 그래프.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가 답
우에다 켄지 회장에 이어 회사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쿠오야마 아키오 사장은 “고레이샤에 현재 등록 직원도 760명까지 불어났으며, 오늘도 60여 곳의 현장에서 360여명이 일하고 있다. 고객회사만도 100개사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그의 계속되는 설명에 따르면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일본 사회의 커다란 고민거리다. 고령근로 표방기업답게 회사엔 정년제도가 없으며 구조조정도 없다. 높은 취업률을 반영하듯 이직률은 거의 제로다. 입사조건은 60세 이상부터다. 은퇴대국답게 수요는 넘쳐나는데, 직원들 대부분은 계약직이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대략 3가지다.

주 30시간 이내의 근무시간과 근무일의 자율적인 선택, 그리고 8만~10만 엔의 월급수준(한국의100~120만원)이다. 30시간 이내 근무는 사회보험 때문에 제한을 뒀고, 근무일을 본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한 것은 건강이나 취미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여기엔 기본적으로 ‘워크셰어링(Work Sharing)’의 발상이 반영됐다. 대개는 주 2~3일 근무한다. 직원들은 ‘연금+α가 가능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며 건강까지 덤으로 얻는다’며 대만족이다. 전업이 아니니 취미활동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연령대는 65~76세가 대다수로 주로 70세를 넘긴 고령직원들인데, 최고령자는 현재 82세다. 평균연령은 76세다. 절대 다수가 ‘하루하루가 일요일’인 연금수급자로 휴일조차 수당증액 없이 기꺼이 일하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쿠오야마 아키오 사장은 “업무는 단순하다. 아직까지는 도시가스 관련업무가 압도적이다. 개별가구를 방문하거니와 주말 이사가 많아 노사 양측에 유리한 업무다. 가령 가스미터기의 코크 개폐 등 정기점검이 그렇다. 개별 가정을 방문하는 순회업무다. 신축주택이면 입주 전에 가스급탕기의 동작테스트 업무도 해당된다. 가스기기유지회사에서의 전화응대나 사무업무도 담당한다. 가스기기 판매회사의 창고관리업무도 있다. 천연가스주유소의 차량연료 충전업무도 최근 추가됐다. 올 4월부터는 노인여성을 위해 가사대행 서비스가 더해졌다. 시간당 1980원으로 청소·세탁·쇼핑·음식 등을 제공한다. 출발은 순조롭다. 동종 타사보다 낮은 비용 덕에 첫 달 매출만 400만엔을 기록했다. 중노동은 없다. 잔업 등 장시간 근로는 불허다. 기본방침이 근로분담 전제의 워크셰어링이다. 2인 1조로 1인분의 업무를 처리한다.

취업기회 제공의 차원이다. 덕분에 취업률은 최대 70%에 달한다. 일반 파견회사(10%)보다 월등히 높다. 직원도 짧게 일해 수입이 다소 줄지만 일거리가 자주 연결되는 것에 만족한다. 연금병용이라 소득에 큰 부담도 없다. 직원들은 최후 직장이라고 인식하며 애착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 때문에 대개 평판 나쁜 파견회사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고객사와의 상생효과도 크다. 현역 파견사원을 쓰기엔 가벼운 일거리라도 부담 없이 맡길 수 있다. 휴일 대응을 비롯해 업무피크 때만 부를 수 있어 노동유연성도 보장된다. 시급도 낮지만 휴일에 붙는 할증수당을 없애 고객의 비용부담을 줄였다”며 “고레이샤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회사다. 사람이 보물이다. 20세기가 자본주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사람중심의 인본주의(人本主義)시대”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이 회사의 특징은 수익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은 생활(수입)보다 사람과 함께 하는 보람을 중심에 두고 포커스가 맞춰진다. 퇴직인생에게 절실한 건 돈보다 사회동료와의 연결고리라고 봐서다. 매출이 늘어나도 순익은 제자리걸음이다. 회사는 순환경영과 투명경영을 실천한다. 순환경영이란 경상이익의 30%를 직원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상징되고, 투명경영은 회사실적의 전체 공개로 대변된다. 순환경영은 4가지 원리로 극대화된다. 고품질의 노동공급으로 높은 판매서비스를 실현해 결과적으로 흑자정착의 고수익기반을 다진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급여휴가 등 직원들의 처우를 강화해 다시 고품질 일자리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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