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예술 섬 1번지, 서귀포문화예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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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예술 섬 1번지, 서귀포문화예술마을
  • 글=한관우/자료·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9.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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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문화예술마을조성,무엇을 담아야 하나 〈8〉
▲ 서귀포 이중섭 거리와 창작스튜디오&공예공방 전경.

화가 이중섭·한국서예계 거목 현중화 작품 활동한 예술마을
소를 그린 화가 이중섭 소를 통해 압박받는 민족의 자화상을
작가의 산책길은 인간이 창조한 문화예술과 역사의 흔적만나
정방동은 서귀포의 중심상권·문화예술 대표하는 마을로 꼽혀

 

환상의 섬 제주도 최남단에는 서귀포가 있다. 국내 유일의 아열대기후지역 서귀포에는 아름다운 문섬과 섶섬, 범섬이 바다 위에 그림같이 떠있는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주상절리는 자연의 섬세한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의 수려한 장관은 서귀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역사 속에서 제주도는 유토피아와 다름없었다. 기원전 3세기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제주까지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15세기 장수를 빌던 세종대왕은 서귀포에 천문관을 보내 남극노인성을 보게 했다.

20세기 천재 화가 이중섭에게 서귀포는 비참한 현실을 견디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귀포 일대에는 색다른 탐방길이 조성돼 주민들과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의 자연을 벗 삼아 산과 숲을 걸어가며 제주의 자연을 알리는 산책길과는 사뭇 다른 색깔이 배인 작가의 산책길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산책길은 서귀포의 어떤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길일까? 제주 올레 길과 한라산 둘레 길에 식상함을 느낀 여행객들이라면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서 천천히 한번 서귀포를 한 바퀴 돌아보는 작가의 산책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렇듯 서귀포시 중심부에 위치한 정방동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독보적 존재인 대향 이중섭 화가와 한국서예계의 거목 소암 현중화가  살아생전에 작품 활동을 했던 문화예술의 마을이다.
 

   
▲ 서귀포 솔동산문화의 거리와 이중섭 산첵로 안내도.
   
▲ 서귀포솔동산문화의 거리에 있는 예술가들 안내표지판.

■ 피란시기, 유명 화가 제주 화단에 큰 몫
서귀포의 문화예술이 관심을 끌고 있는 중심에는 이중섭이라는 화가가 자리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은 1950년 6·25한국전쟁이 나자 많은 피란민들이 제주로 왔으며 이들 가운데 문화예술인들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특히 이들 중 이중섭, 장리석, 이대원, 최영림, 홍종명, 김창렬 등은 피란시기에 유명 화가로 제주 화단 생성에 직간접적으로 큰 몫을 하게 된다. 1951년 이중섭은 한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일본인 아내 이남덕, 아들 태현, 태성과 함께 제주로 오게 된다. 이중섭의 가족은 서귀포의 한 농가의 곁방을 얻어 머물렀다. 이중섭의 서귀포로의 잠정적 정착이 비록 바다 게와 해초가 주식일 정도로 비참한 것이긴 했지만 그것은 그 시기 모든 피란민들이 다 같이 겪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중섭은 잠시나마 서귀포에서 그가 그토록 원했던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서귀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한 평 반 정도의 방에서 네 식구가 반년동안 살았다. 이렇듯 절망적인 삶속에서도 그는 태양, 바다, 귤, 게, 어린 아이들, 방목하는 소들, 풀밭, 나무들, 그리고 생선들을 탁월한 감수성과 미의식으로 표현하며 30여 점을 남겼다. 이중섭은 회화재료의 빈곤에도 고향 원산에서 이미 싹트기 시작한 게, 물고기, 동자상 등의 소재를 서귀포의 풍물 위에서 분방하게 펼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이중섭은 일본인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의 도일(渡日)과 그로 인한 상심 및 자책감으로 혼자 부산, 통영, 진주, 서울, 대구를 유전하다 애석하게도 1956년 9월 6일 40세를 일기로 죽음을 맞았다. 적십자병원에서 이중섭의 주검은 무연고라고 사흘 동안 영안실에 방치되고 시트에는 그동안 밀린 병원비 계산서가 붙어 있었다고 전한다.

화가에게 40년이라는 시간은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암흑의 시대에 불꽃처럼 치열한 삶을 처절하게 살다간 화가 이중섭. 소를 그린 화가로 알려진 이중섭은 분노한 소를 통해 압박받는 민족의 자화상을 그렸던 것이다. 그동안 이중섭은 이 같은 생애 자체로 인해 신화속에 묻혀 어떤 모습이 실체인지 알 수 없는 화가로 기억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신화 속 존재가 아닌 진정한 모습의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만날 때가 됐다. 더구나 그가 머물렀던 서귀포의 풍광과 서정이 그의 그림 속에서 다시 살아나면서 간난한 역사의 또 다른 표상을 우리는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이중섭거리의 돌하르방 조형물.

■수많은 예술가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이중섭공원에서부터 소암기념관까지 서귀포 곳곳을 돌아보는 작가의 산책길도 으뜸이다. 작가의 산책길은 총 4.9km의 탐방 길로, 이중섭공원에서 출발하여 4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것이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기당미술관과 서복전시관, 소암기념관에서는 작은 공연들도 만나볼 수 있다. 함께 길을 걸어가면서 서귀포에 숨겨진 작가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탐방 길을 걷는 동안에는 이중섭미술관과 이중섭 거주지, 문화예술디자인시장, 기당미술관, 칠십리시공원, 자구리해안, 서복전시관, 소암기념관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길속에서 서귀포의 문화예술에 관한 다양한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제주의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올레길이나 한라산 둘레 길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 길들의 중심이 자연이라면 작가의 산책길의 중심은 바로 인간이 창조한 문화예술과 역사의 흔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작가의 산책길,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작가의 산책길은 화가 이중섭으로부터 시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중섭의 작품과 다양한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미술관, 1.4평의 좁은 방 안에서 11개월 동안 네 가족이 함께 살았던 이중섭 거주지를 통해 그가 잠시 머물다 갔던 제주에서의 삶이 어땠는지도 느껴볼 수 있다. 미술관과 거주지, 문화예술디자인시장을 지나게 되면 작가의 산책길은 새로운 모습으로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총 네 권역으로 나뉘는데, 제 1권역의 주제는 ‘人숲’이다. 샛기정공원에서부터 칠십리시공원까지 이어진 길속에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제주의 숲, 인간과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특히 중간에 들리게 되는 기당미술관에서는 화가 변시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제 2권역은 ‘人집’이라 부른다. 칠십리시공원을 빠져나오면 서귀포포구로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천지연로 일원을 돌면서 서귀포 골목을 지나게 된다. 삭막하고 어두웠던 이 골목길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부활했다. 마을 벽화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서귀포와 제주의 생활 모습들이 예술로 잘 표현된 곳이다. 제 3권역은 자구리해안 일대로 ‘人바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작가의 산책길을 상징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이중섭이 자구리해안을 그리고 있는 손 모습을 형상화한 예술작품으로 그가 바라봤던 옛 자구리해안의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하게 된다. 자구리해안의 모습을 보면서 돌, 바람, 여자의 지치지 않는 꿈을 작가의 산책길 속에서 엿볼 수 있다.
 

▲ 이중섭거리에 있는 소형상의 조형물.


마지막 제 4권역은 ‘人길’이라 부른다. 소암로와 이중섭거리 일원으로 사람이 만들고 시간이 완성시킨 서귀포문화예술의 현주소를 엿보며 작가의 산책길을 마무리 할 수 있다. 현대 서예에서 명필로 알아주는 소암 현중화의 발자취도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작가의 산책길이 무엇보다 특별한 이유는 지나치기 쉬웠던 서귀포의 소중한 문화와 역사의 흔적들을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서귀포에 살고 있는 시민들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수많은 작가들의 발자취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제주의 삶과 문화가 오롯이 담긴 돌, 바다 등 제주자연이 작가의 손을 거쳐 예술작품으로 태어나 눈길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술작품으로 가득한 서귀포 정방동은 도심지에 위치한 상권지역이다. 또한 정방동은 서귀포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마을이다. 이곳은 이중섭 화백이 머물면서 ‘서귀포의 환상’이란 불후의 명작을 남긴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서예 대가인 소암 현중화가 자연과 함께 예술혼을 불태우며 살았던 생가가 있는 곳으로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지역이다. 정방동주민자치위원회 한기준 위원장은 “이중섭미술관, 소암기념관이 있는 문화예술의 마을특성을 살려 지역 곳곳에서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통한 문화예술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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