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배우는 가뭄극복의 교훈 “이제 물이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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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배우는 가뭄극복의 교훈 “이제 물이 안보다”
  • 글=한관우/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9.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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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부족 가뭄극복, 빗물활용 물관리가 경쟁력이다<6>
▲ 시드니워터 관계자가 호주의 물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물 이니셔티브는 물 효율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는 정책적 선언
호주 대표적 물 정책 ‘물 효율등급제’ 물 효율등급 표기 의무화
정부 물 효율성 정책 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결과로
호주의 가뭄야기 주요원인, 남태평양의 엘린노 현상에서 비롯돼


 

최근 물 관리 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통합 물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특히 충남서북부지역은 지난해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통합 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합 물 관리는 기존의 지역·시설별로 수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역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국가의 68% 이상이 통합 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제연합(UN)은 6차례의 세계 물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이제 통합 물 관리는 전 세계 물 관리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유럽은 1950년대부터 국가별 통합 물 관리 기반을 마련했고, 2000년부터는 27개국이 공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1964년부터 물 기본법을 제정해 유역 물 관리 체제를 처음 도입하고 2차례 개정을 거치며 지역 및 유역 중심의 물관리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하천 수질 악화, 상하수도 서비스 질 저하, 비효율적 물 사용 등의 문제에 대응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한편 극심한 가뭄으로 수자원 부족문제가 발생했던 호주도 해수담수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서부 퍼스지역과 남부 애들레이드지역의 경우 해수담수화를 통해 각각 39%와 41%의 용수를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대체 수자원인 해수담수화를 통해 호주가 가뭄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되는 대목이다. 호주의 물 관리 시스템과 가뭄극복의 지혜를 통해 우리의 물 관리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 관련 정책 효율성이 최우선의 원칙
물이 부족한 곳이라면 어떤 체계이든 워터마켓이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처럼 호주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처럼 물을 많이 소비하는 농공업 종사자에게 물을 할당해 사고팔도록 하는 ‘워터마켓’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80년대부터 ‘워터마켓’ 개념을 부분적으로 도입해왔고 2007년까지 적용 대상과 관련 규정 등을 지속적으로 변경하며 발전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2007년 이후부터는 호주 전역에 걸쳐 ‘워터마켓’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물이 부족한 농부나 공장주들은 물을 판매할 의사가 있는 농공업 관계자들로부터 물 이용권을 사들이면 된다. 물을 절약한 농부나 공장주는 자신들이 사용하고 남은 물을 판매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이다. 워터마켓은 현재 연간 거래금액만 30억 호주달러(2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호주의 물 정책은 워터마켓이 도입되면서 농부와 공업 관계자들은 가뭄과 같은 물 부족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으며, 수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도 줄었다. 워터마켓은 연간 수십억 달러의 효용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호주가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워터마켓’을 보유하게 된 것은 물에 대한 국가적 패러다임을 빨리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물에 대해 갖고 있던 개념은 ‘깨끗한 물을 국민에게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이었다. 수질과 환경이 물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이다. 호주는 하지만 12년간의 오랜 가뭄을 겪으면서 1990년대에 ‘물 안보 개념’을 도입한 주요 정책들을 내놓았다. 지난 1994년 모든 주정부가 참여한 가운데 물 개혁 방안들을 마련했고, 10년 뒤 ‘국가 물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물 이니셔티브는 물 효율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는 정책적 선언으로 이후 모든 물 관련 정책들은 효율성 원칙에 따라 결정됐다고 한다.

 

▲ 호주 타룽가주동물원의 수돗물 음료대. 오른쪽 위 사진은 시드니시 수돗물 브랜드.

■물 효율성 높이는 정책 인식의 변화 필수
호주의 대표적 물 소비 정책은 ‘물 효율등급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제품에 에너지효율등급을 표기하고 있지만 호주는 에너지효율등급과 더불어 물 효율등급 표기가 의무화돼 있다. 호주 정부는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지난 2006년부터 ‘물 효율등급 표시제(Water Efficiency labelling and standard)’를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샤워기·세탁기·식기세척기·변기·수도꼭지 등 물과 관련된 제품들은 반드시 물 효율등급을 공인 받아 제품에 표기하도록 했다. 삼성전자·LG전자의 세탁기도 호주 판매용은 예외 없이 이런 물 효율 등급을 표기한다. 물 효율 등급은 별 0개부터 6개까지로 나뉘며 별이 많을수록 효율성이 높은 것이다. 호주의 경우 샤워기에 물 효율등급을 표기하면서 매년 한 가정 당 절약하는 물의 양이 1만4500리터, 세탁기에 물 효율성을 표기하면서 매년 256억 리터의 물을 절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정부 정책이 물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면 사람들의 물 소비 습관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호주 정부의 물 효율성 정책이 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2000년대 가뭄이 오기 전까지 호주에서는 수돗물의 60% 이상이 정원을 가꾸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가 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절수형 제품 장려 정책과 소비 억제 정책을 펴면서 정원에 사용하는 물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물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호주에서는 수돗물을 정원에 사용하는 것이 낭비일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실증적 사례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호주의 가뭄을 야기 하는 주요원인은 남태평양의 바닷물이 섭씨 1도 정도 높아지는 ‘엘린노 현상(EL NINO)’ 때문이라고 한다. 이 현상이 호주의 겨울철이 되면 다시 바닷물의 온도가 낮아져서 역 현상인 ‘라리노 (La Nino)’ 현상을 일으켜 가뭄이 끝나고 비가 오게 된다고 한다. 이런 기상 변화는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많고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 탄소 (탄산가스)’의 배출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환경변화에 크게 민감한 호주에서는 초등학생까지 호주의 환경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은 인구의 증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 보존을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다.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를 사용하며 쓰레기를 정확히 분리 수거해서 재생하도록 하는 것을 철저히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호주의 기상 전문가들은 호주의 기후가 크게 변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 호주는 점점 더워지고 더욱 비가 없어지는 건조한 현상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2030년에는 호주의 온도가 현재 기온보다 0.5~2도 높아질 것이며 비가 부족하여 현재 습도의 10도 정도가 건조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물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의 이용과 관리를 통합한 ‘물 관리기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호주의 ‘물 이니셔티브’처럼 물 관리기본법을 통해 물의 효율적 이용과 배분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 산업은 21세기 블루칩으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030년경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물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25년경에는 상하수도, 해수 담수화 등 물 산업 규모가 4070억 달러(4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물 시장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물 안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453㎥로 통계 예측이 가능한 153개국 가운데 129위 수준이며, 일본의 3362㎥와 비교해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시드니는 20여 년 전부터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물수요 억제정책과 더불어 가전제품에 물 효율등급제 적용, 물재이용센터, 해수담수화시설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사람들의 물 소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물 효율성을 높이려면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고 강조하는 호주 시드니워터 피터(Peter Hadfield) 홍보이사의 설명처럼 우리도 물의 이용과 관리에 대한 정책의 중요성과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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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2018-11-27 20:09:29
호주에 삽니다.. 호주 수돗물에서 납성분이 나온다는 사실을 호주 정부에서 여태 속였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