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간식 따뜻한 붕어빵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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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간식 따뜻한 붕어빵 가족
  • 취재=허성수/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4.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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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2>

광천터미널 부근 노점상 이명성·뚜엔티 부부
성복자 여사, 뚜엔띠, 이명성 씨가 행복한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천읍버스터미널 부근 시장 초입에 30년 전통의 붕어빵 노점이 있다. 두루뭉술한 포장을 둘러 벽과 지붕을 만들어 하늘을 가리고 기계와 좌판을 차린 가게지만 붕어빵만큼은 근사한 이름을 가진 고급 브랜드의 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빵을 굽는 사람은 뚜엔티(26), 키가 자그마한 베트남 여인이다. 그러나 베트남 붕어빵은 아니다. 그녀의 곁에는 자상한 시어머니 성복자(67) 여사가 사부 역할을 하며 며느리를 최고의 빵장사로 만들었다.
성 여사는 거기서 붕어빵을 판지 29년이 됐다고 한다. 처음 노점을 할 때만 해도 광천읍이 인구도 많았고 경제적으로 매우 번성할 때여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회고한다. 그 때 열심히 돈 벌었으면 빌딩을 하나 짓거나 근사한 가게를 얻어 장사할 수도 있었을 텐데….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들 가르치느라고 돈 다 썼죠. 돈이 모이면 나가기 바쁘더라고요. 남편도 다쳐서 병원비로 다 지출했고, 아들도 교통사고로 다쳐 병원비로 다 나갔습니다.” 성 여사는 지금도 임대아파트에 사는 형편이라고 했다. 남편은 투병하다가 2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밝고 포근하다. 요구르트 아주머니, 동네 어르신, 이웃 면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린 주민들…, 꾸준히 한두 사람씩 스쳐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춰 붕어빵이나 오뎅을 사 먹는다. 오래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단골이 많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4월의 봄날씨가 짓궂어 몸이 움츠러들 때는 금방 구워낸 붕어빵과 오뎅국물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어서 서민들의 간식으로는 최고다.

뚜엔티는 2012년 성 여사의 아들 이명성(42) 씨에게 시집을 왔다. 이 씨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지체장애인이 된 후 마땅한 혼처를 구하지 못하다가 18년 연하의 남국 여인을 만났다. “서로 말이 안 통했지만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습니다. 지금은 웬만한 말 다 알아듣고 갈등이 별로 없습니다.” 이 씨는 의술의 도움을 받아 다리를 약간 절면서 걸을 정도로 많이 회복됐고 아내와의 사이에 건강한 딸(6)과 아들(2)도 얻었다. 성 여사도 며느리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자발적으로 나와 노점 일을 도와주는 것이 기특해서 칭찬이 자자하다.

“시집 오자마자 그 이튿날부터 나와서 일을 도와줬어요. 말하다가 못 알아들으면 손짓 발짓 다 했죠. 지금은 잘 해요. 반죽만 내가 하고 그 외에는 며느리가 다 해요. 나는 자꾸 느려지는데 얘는 빨라 눈썰미가 있어요.” 성 여사는 다문화로 인한 고부갈등이 별로 없었다며 덧붙여 말한다. “나도 그 나라에 가면 말귀 못 알아들을 테니까 이해하려고 했죠.” 뚜엔티는 서툰 한국어로 말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9시 30분에 엄마 일 도와주러 가게에 나와요.”

다행히 큰딸은 한국말을 잘 한다. 딸에게 엄마의 모국어인 베트남어를 직접 가르쳐 주기 힘들어 광천감리교회에서 지난달부터 개설한 이중언어교실에 보내고 있다. 뚜엔티는 재작년에 남편과 함께 베트남에 다녀왔을 뿐 자주 가지 못한다. 그래도 자주 영상통화를 하며 친정가족과 교감한다. 남편 이 씨는 최근 홍성군다문화가족자조모임회장을 맡았는데 한국 남자들끼리 모여 애로사항을 나누고 서로 멘토 역할을 하며 멋진 가장이 되기 위해 애쓴다.

“그 동안 남편들이 잘 안 나와 올해는 좀 같이 하려고 합니다. 다문화 결혼생활에 실패하는 가정도 많은데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이해하지 못해 빚어지는 일입니다. 외국인 며느리에 대해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며 남편은 중간에서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누구 편을 들어도 안 됩니다.” 이 씨는 외국인 여성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아울러 홍성군에 대해 광천읍에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만들어 줄 것을 원했다. 홍성읍에 있는 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용하기에는 너무 멀고 교통도 불편해 광천권역 다문화가족들이 모임에 나오기를 기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읍·면 친구들과 자주 만나 차를 마시며 정보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붕어빵 같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광천읍에 설립될 수 있을까? 홍성군이 대답할 차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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