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더럭초등학교, 분교장 22년 만에 본교로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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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더럭초등학교, 분교장 22년 만에 본교로 승격
  • 취재=한관우/한지윤 기자
  • 승인 2018.08.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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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에서 희망을 찾다 <2>
전교생 17명 이었던 폐교위기의 분교장에서 100명으로 늘어 올해 3월 본교로 승격한 제주시 애월읍 더럭초등학교 전경.

더럭분교장 본교 승격… 소규모학교 살리기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혀
마을주민들 임대주택 짓고 전국 대상 취학아동·가족 모집 폐교 막아
1996년 전교생 46명의 분교장, 2018년 전교생 100명의 본교로 승격
제주도 소규모학교 선정 5억원 범위 내에서 공동주택 건립사업 추진

 

제주도의 소규모 학교 살리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는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소재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을 들 수 있다. 제주시 애월읍 26개 리 가운데 하나로 제주시 서남쪽 19km 지점에 위치한 하가리. 마을 이름은 상가리와 함께 가락(하가락) 더럭(하더럭)이라 불리기도 한 마을에는 현재 500여 명의 주민이 모여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한 때 이농현상이 두드러져 젊은이는 물론 주민수가 급격히 줄어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가 폐교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힘을 모아 임대주택을 마련하고 전국을 대상으로 취학아동 가족을 모집하는 등 ‘학교살리기 운동’을 전개해 지금은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곳의 유일한 학교인 더럭분교장은 2011년 재학생 26명에서 계속 줄어들어 전교생 17명에서 지금은 100명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3월 더럭초등학교로 승격했다.

제주도내 농촌지역에 있는 웬만한 본교보다도 학생이 많은 규모다. 하가리 주민들이 마을 땅을 팔고 모금 활동을 통해 기금을 마련, 2011년에 이어 2014년 2회에 걸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외지인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공동주택을 조성한 게 큰 힘이 됐다고 전한다. 애월초 더럭분교장이 22여 년 만에 ‘더럭초등학교’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았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더럭초등학교는 올해 3월 교정에서 ‘더럭초등학교 본교 승격 및 교명 제막식’을 개최했다. 마을주민들이 지난 수년간 노력했던 결과였다. 더럭초등학교는 1946년 하가국민학교로 개교했지만 학생 수 감소로 1996년 전교생 46명으로 초등학교에서 분교장으로 격하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2017년 전교생 97명, 이후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올해 신입생 16명이 입학하면서 2학년 12명, 3학년 17명, 4학년 22명, 5학년 13명, 6학년 20명 등 현재 재학생 수는 전체 100명의 더럭초등학교로 성장했다.

 

■ 마을주민들 학교살리기용 공동주택 사업
그렇다면 과연 초등학교 격상을 한 결코 작지 않은 제주도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더럭분교가 살아난 여러 요인 중 또 하나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을의 노력이다. 겁도 없이 마을에서는 연립주택을 지어 도시민들을 유치했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겁 없는 사람은 바로 더럭분교가 위치한 하가리 장봉길 이장을 중심으로 뭉친 마을의 청년회원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었다.

지금의 더럭초등학교는 1946년 하가초등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아 1954년 더럭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1996년 분교로 격하된 후 2012년 2월까지 188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금의 마을 이장을 포함해 마을의 주민들과 자식, 손자들까지 대부분 더럭분교 출신일 정도로 이 학교는 마을의 역사요,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교가 폐교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구경만 할 수가 없었던 장봉길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학교를 살리는 방법으로 모색한 것이 바로 연립주택을 지어 초등학교 입학연령이나 초등학생을 둔 도시민들을 유치하는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마을주민들은 뜻을 모아 학교살리기용 공동주택 사업을 실시했고, 11억 원(제주도 4억 원, 자부담 7억 원)을 들여 2011년 연화주택이라는 다세대 주택 10가구를 완공했다. 100㎡(30평형) 8세대, 85㎡(26평형) 2세대 등 모두 10세대 규모로 지어졌다. 2014년 12월 마을 다세대 주택 10가구를 추가로 완공, 총 20세대가 살 수 있는 거주공간이 마련됐다. 이에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던 하가리에도 활기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외지에서 젊은 가족들이 들어오면서 폐교 위기에 놓였던 더럭분교는 되살아났고 마을 인구도 자연스레 늘었다고 한다.

주택의 규모는 방 3개에 화장실이 2개이며 여기에 거실과 주방, 다용도실이 갖춰져 있다. 이러한 주택을 보증금 200만원에 1년에 250만원의 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현재는 전 가구가 입주한 상태로 입주희망자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입주희망자가 모두 입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단 제주도민은 입주가 불가능하다. 또한 제주도에서 거주한 적이 없어야 하며, 세 자녀 이상을 둔 부부가 같이 사는 가족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주로 대도시에 살던 사람 위주로 입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가리 장봉길 이장에 따르면 이러한 조건에 대해 “초등학교 입학만을 위해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를 데리고 내려와 주민등록만 이전하는 방법은 안 되고 아예 가족 전체가 이사를 와서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살 수 있게 좁은 평수의 원룸이 아닌 4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30평형대의 연립주택을 짓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뿐만 아니라 농어촌지역의 경우는 더럭초등학교와 같이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생수 부족의 문제를 안고 있지 않느냐”며 “그러한 조건의 학생들을 수용한다면 작은 학교를 살린다는 본래의 취지와 의미가 변색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폐교를 막기 위해서는 인구 유입이 절실했는데, 제주도는 육지와 달리 섬이기 때문에 도내 다른 지역의 학생을 유치하면 그 학교도 똑같이 폐교위기를 겪을 수 있어 육지 대도시에서 인구를 유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권 인구를 유치하는 방법으로 연립주택 임대 등 마을의 계획을 인터넷으로 홍보했다”고 말했다.

 

■ 초등학교 본교로 승격 ‘하늘의 별따기’
제주시 애월읍 더럭초등학교는 올해 3월 1일자로 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장승심 교장은 ‘본교 승격 및 교명 현판식’에서 “72년 전통에 2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한 우리 학교가 1996년 3월1일 분교로 격하된 이후 22년 만에 다시 초등학교로 승격됐다”고 설명한 뒤 “분교가 되면 폐교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인데 졸업생과 학부모, 마을 주민들이 합심한 결과 이러한 기적을 이뤄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회고한다. 주민들도 감회에 젖기는 마찬가지였다는 설명이다. 2011~2015년 마을 명의의 공동주택을 지어 외부 인구 유치에 앞장서는 등 마을 활성화의 토대를 닦았던 애월읍 하가리 장봉길 이장은 “농촌지역에서 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마을주민들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공동체 유지의 원동력”이라며 “작은 농촌 학교도 얼마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대표적 수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물론 주민들이 한뜻으로 반기는 이유는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자꾸만 줄어드는 농촌에서 분교로 한번 격하된 초등학교가 본교로 승격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지위를 되찾은 이 학교 역시 제주지역에선 동(洞)지역을 포함하면 두 번째, 읍·면 지역에선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 16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100명으로 늘어나 웬만한 농촌 초등학교 규모를 앞섰다. 초등학교로 올라서면서 5명의 선생님이 늘어나는 등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질도 크게 나아지게 됐다. 장승심 교장은 “귀농인구의 증가 및 학부모들의 특색 있는 교육 요구에 부응하고 있으며 밝고 건강한 학교 문화와 창의·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1년부터 소규모학교 공동주택건립 지원사업을 추진한 결과, 소규모학교 학생 수가 61%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소규모학교 공동주택 건립사업은 외부지역 학생들이 소규모학교에 안정적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해당 학교 인근에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제주 남읍초등학교, 곽금초등학교, 수산초등학교, 송당초등학교, 더럭분교 등이 학교 인근의 마을에서 각각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1년부터 5개 마을에 총 35억 원을 투입, 총 82세대의 공동주택을 건립했으며, 그 결과 당초 232명이었던 소규모학교 재학생 수가 374명으로 늘어나는 등 학생 수가 61% 정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제주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소규모학교들이 이번 사업을 통해 통폐합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지원대상 마을을 추가로 선정해 5억 원 범위 내에서 공동추택 건립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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