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상신리 돌담마을, 고즈넉한 충청도 산골마을
상태바
공주 상신리 돌담마을, 고즈넉한 충청도 산골마을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한지윤 기자
  • 승인 2019.06.14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 돌담길의 재발견<4>
공주시 반포면 상신마을의 돌담은 자연석을 쌓아 올렸다. 돌담 밑의 야생화 꽃이 평화롭다.


마을입석 ‘상신리 마을의 자연은 무릉도원의 세월이라네’
계룡산자락, 남으로 길고 북으로 좁혀져 가는 분지형마을
상신마을돌담길, 돌담 자체가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져
마을의 역사와 함께 전승된 재래방식의 된장·간장·청국장


우리나라에도 각 지역별로 옛날의 아름다운 돌담이 잘 보존되고 있는 마을이 있다. 이러한 담장을 간직한 마을이 충남에도 아직 남아있는 마을이 있다. 대표적으로 본지에서 이미 소개한 아산 외암리민속마을의 돌담과 부여 반교마을의 돌담장에 이어 공주 상신리마을의 돌담장을 소개하면 충남의 대표적인 3곳의 돌담마을 소개를 마치게 된다. 이들 마을의 돌담장은 지금까지 비교적 자연스럽게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돌담마을 입구에는 상신리 입석이 있다. 입석에는 전면에 네 글자씩 두 줄로 ‘신야춘추(莘野春秋) 도원일월(挑源日月)’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상신리 마을의 자연은 무릉도원의 세월이라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글씨는 구한말 진도군수를 지내고 이곳에서 은둔생활을 한 취음 권중면이 새겨놓았다고 전해진다. 권중면은 1856년 한양에서 태어나 한일합방 이전 조정에서 벼슬을 하다가 합방의 비보를 듣고 관직을 버린 후 상신마을에 은거했던 선비다. 권중면은 1916년 회갑이 되던 해에 상신마을로 들어와 서당을 차리고 제자를 양성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상신계곡에 구곡(九谷)을 선정해 바위에 새겨 ‘용산구곡’이라 했다는 것. 권중면의 장남은 소설 ‘단(丹)’의 저자이자 우리나라 단학의 대가인 봉우 권태훈이다. 평범해 보이는 상신마을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상신마을은 계룡산자락에 남으로 길고, 북으로 갈수록 양쪽에서 좁혀져 삼각형을 이루는 분지형 마을로 버스 정류장과 당간지주를 중심으로 마을이 펼쳐져 있는 동네다.

■ 토속신앙과 유교적 질서의 조화
마을로 들어서면 폐교된 상신초등학교 건물에 ‘상신리농촌체험휴양마을센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옛 부터 우리나라 마을에는 장승이 있었는데, 이곳도 장승이 서 있고 장승 위에는 솟대가 있어 마을 입구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상신마을은 계룡산국립공원 인근의 마을다운 마을로 마을 입구에는 하늘과 자연에 예를 표하는 지하여장군과 천하대장군, 솟대 등이 서 있다. 상신마을 솟대의 특이한 점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 있는 것이든 모두가 계룡산국립공원의 상봉인 천황봉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충청남도유형문화재 제94호로 지정된 공주 상신리 당간지주가 서 있다. 마을의 구룡사지에 위치해 구룡사지 당간지주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지주 한 쪽은 부서졌으며 다른 한 쪽도 파손된 것을 복원한 흔적이 보인다. 이 당간지주는 백제 말기나 통일신라 초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룡사지 입구에 위치해 있다. 마을길을 따라서 들어가면 구룡사지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다.

특히 이 마을의 특색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토속신앙과 유교적 질서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전통의 촌락 형태의 유형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전통촌락의 전통생활박물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자원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심지어는 상여집 터에서부터 용산구곡, 세이천, 마을 초입 냇가가 합류하는 지점에 생긴 소도, 장승, 선돌, 큰 샘 , 당간지주, 구룡사지, 여천, 서당 터, 이 참봉댁, 옻샘, 부도골, 산신당에 이르기까지 마을 곳곳이 전통생활박물관이다. 그런데 주목을 끄는 대목이 바로 ‘여천(女川)’이다. 예전에 마을에 상수도가 없던 시절, 동네의 여인네들이 씻을 물이 귀했던 시절, 남녀유별의 시대를 살았던 여인네들이 생각해 낸 곳이 바로 ‘여천’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여인네들만이 사용하는 목욕탕, 여탕이었던 셈이다.
 


■ 돌담길 비교적 잘 보존돼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돌담길은 자연스러운 돌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돌담길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데 일부는 최근에 쌓은 것도 있고 보수를 한 것도 있다. 돌담 자체가 고즈넉한 산골마을의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면 ‘신소골 큰샘’이 있는데 예전에 물을 퍼 올리던 펌프 등 옛 정취를 그대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보존돼 있다. 뭐니뭐니 해도 이 마을의 활력소는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돌담길과 함께 ‘농촌체험휴양마을센터’다. 환갑을 바라본다는 농촌체험휴양마을센터의 고주환 위원장은 교사생활 20여년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고향에 와서 지난 2013년부터 농촌체험휴양마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신마을을 돌아보면 이곳이 전형적인 산골의 농촌마을인지, 전원주택마을인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돌담 사이로 농사짓는 다랭이 논도 있고 돌담 등이 있는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산골의 농촌마을인데,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카페’가 이곳 산골의 농촌마을에서 눈에 들어오는걸 보면 도무지 헷갈린다.

고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상신마을은 120여 가구에 주민들이 400여 명이 살고 있지만 이중에 절반은 외지인으로서 소위 귀촌자들”이라며 “체험에 참여하고 있는 50여 가구 중 10여 가구도 외지인들”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연유로 주민들 대부분이 농사일을 하면서도 인근지역의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거나 장사 등 사업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한다. 따라서 마을주민들과 외지인들 사이에 정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백태를 이용해 청국장을 만드는데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마을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전승된 재래방식의 된장과 간장과 함께, 또 마을의 청정수를 이용해 빚은 전통주는 이 마을 아주머니들의 명품의 손맛이라고 자랑한다. 이렇듯 상신마을은 체험관광의 메카답게 체험센터를 중심으로 편백체험관 등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 여성가족부 청소년수련활동 인증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전통서당체험, 도자기 만들기, 전통촌락 상신문화탐방, 두부 만들기, 목이버섯 만두 만들기 체험 등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전한다.

이 마을의 한 해 동안 체험객 수는 대략 5000~6000여 명이 넘어서고 있으며, 체험객과 특산품 판매 등을 통한 연매출액도 1억 원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2만여 명의 체험객과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싶다는 희망을 전한다.유월의 상신마을 돌담길에는 접시꽃, 금낭화, 금계국, 코스모스, 달맞이꽃, 사철채송화 등 아름다운 꽃들이 여유로운 모습을 더해준다. 이 마을은 전통을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신식건물들도 지어졌다. 돌담길마을로 알려지면서 체험객과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식당도 생겼고 카페도 생겨서 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자연과 함께 평화롭게 머물면서 몇 시간은 금방 보낼 수 있기도 하다.

상신마을은 계룡산국립공원 안에 있으며 아직도 전통적인 촌락과 돌담길 등을 간직한 다양한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이 마을의 어메니티를 살릴 수 있는 장점이자 자원인 만큼 토박이 원주민들과 이주해 온 주민들 간의 화합과 소통을 통해 공동체가 형성돼 전통문화마을의 정체성 확립을 기대한다. 자연스러운 돌담길을 돌아보면서 고즈넉함에 젖을 수 있는 마을이 바로 공주시 반포면의 계룡산 자락에 살포시 숨어 있는 상신돌담마을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