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 산청 남사 옛담마을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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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 산청 남사 옛담마을 돌담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한지윤·이정아 기자
  • 승인 2019.08.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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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돌담길의 재발견<12>
경남 산청 남사면의 남사예담촌 옛 돌담은 고목과 한옥기와집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움과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돌담과 토담이 아름다운 남사예담촌, 고즈넉한 담장 한옥의 단아함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와 배려, 선비의 마음 가져볼 수 있어
18~20세기 초의 40여 채 기와집들 황토담길 따라 미로처럼 이어져
경남서부지방 양반마을의 전통적인 공간구조와 담장형식·구조 보여


경남 산청군 남사면 남사리에는 지리산의 기상만큼이나 격조 높은 마을이 있다. 남사예담촌이 그곳이다. ‘예담촌’이란 ‘옛 담 마을’이란 뜻이다. 산청 단성면 소재지를 지나 지리산 천왕봉 쪽으로 굽이진 고개를 하나 넘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 1호로 선정된 남사예담촌이 나온다. 마을에 들어서자 고즈넉한 돌담길과 한옥기와집이 시작된다. 눈 닿는 곳 어디를 보아도 어깨를 맞댄 돌담길이다. 한 집의 담을 따라가면 또 다른 집의 담이 이어져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전통과 예를 중시하고 묵묵히 지켜온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의미도 함께 지닌 듯하다. 한옥 수십여 채가 사이좋게 앞뒤로 동무 삼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돌담과 토담이 아름다운 남사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 너머로 한옥의 단아함과 시골 사람들의 넉넉한 정이 넘쳐나는 700여년 역사의 전통마을이다. 구불구불한 곡선이 아름다운 돌담길에 들어서면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고목들이 옛 정취를 더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남사마을의 돌담길은 대략 3.2㎞로 골목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자랑한다. 남사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연합회’가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된 마을이기도 하다.

■ 아름다운 토담과 돌담을 간직한 마을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남사마을의 별칭)은 아름다운 토담과 돌담을 간직한 마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담장 너머로 옛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배우자라는 취지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의 옛 모습들을 통해 잠시나마 갈수록 피폐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와 배려 등 선비의 마음을 가져 보게 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기와집이 많다고 남사 기와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지리산 천왕봉 줄기인 웅석봉에서 발원된 물줄기(남사천·사수)와 뒤쪽은 명산이 감싸 안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 뒷산은 공자가 태어난 중국 산둥성 취푸의 산에서 이름을 딴 니구산(尼丘山)이고, 마을 주위로는 사수(泗水·남사천)가 흐르고 있다. 이를 풍수지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남사예담촌은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리고 있으며, 남사천이 마을을 휘감고 돌면서 마을을 안고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쌍룡이 서로 맞물려 원을 그린다는 쌍용교구의 명당자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사예담촌에서는 많은 인재가 나고, 배출됐다. 이 같은 자연 환경 탓인지 남사예담촌은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한 선비들이 고고함을 지키며 대대로 살아온 유서 깊은 마을로 자리잡았다. 고려시대에는 마을 윤씨 가문에서 왕비가 나왔고, 고려 말 정당문학(국가행정을 총괄하던 관직)을 지낸 통정 강희백을 비롯해 조선 세종 때 영의정에 오른 경재 하연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남사예담촌을 들어서면 일반적인 전통마을과는 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고즈넉한 황토 돌담이 이어지며, 담 너머로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늑한 기와를 올린 고가들이 고목들과 함께 고풍스러움을 품어내고 있다. 바로 옆에는 현재의 농가들이 함께 어울려 있어 지금의 농가의 풍경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담쟁이넝쿨과 조화를 이룬 높은 돌담, 서원, 정자, 전통한옥의 고가, 그리고 앞마당에 굳건히 서 있는 고목들, 마치 사극드라마 세트 속으로 들어온 착각에 빠져든다.

돌담은 복원된 형태이나, 고가들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18~20세기 초에 지어진 40여 채의 기와집들이 황토담 길을 따라 미로처럼 이어진다. 돌담의 길이는 대략 3200m에 이르며, 돌담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여유를 찾은 듯 느긋해 진다. 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전통가옥 처마와 고목들이 만들어 내는 그늘은 우리의 지친 몸을 시원하게 해줄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청량하게 씻어준다. 남사예담촌은 선조들의 건축양식 지혜와 정서와 삶, 무엇보다도 양반들의 유유자적과 절개, 고고함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남사예담촌에는 집집마다 오래된 매화나무가 한두 그루씩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하씨, 정씨, 최씨, 이씨, 박씨 등 마을의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다섯 그루의 매화나무 ‘오매불망(五梅不忘)’은 기품이 높아서인지 함부로 범접하지 못할 선비의 품성을 닮아 있는 듯하다.
 

경남 산청 남사면의 남사예담촌 옛 돌담은 고목과 한옥기와집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움과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 오래된 마을역사, 문화재 많은 남사예담촌
남사예담촌으로 불리는 남사마을의 옛 담 길은 보존된 마을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일부 돌담이 변형 또는 소실됐으나 전통문화 보존의 가치에 일찍 눈을 뜬 마을 사람들이 잘 보존해오고 있다. 남사마을만 잘 다녀도 반가(班家;양반마을)와 민가(民家;서민주택)의 담장 차이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전통 한옥과 담장을 잘 보존해온 마을로 최근에는 ‘남사예담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이 마을의 윤씨 가문에서 왕비를 배출했고, 조선시대부터는 성주이씨, 밀양박씨, 진양하씨 등 여러 성씨가 정주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지은 부농주택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이 마을 담장의 특징은 흙으로 만든 토담과 돌담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반가에는 토담이, 민가에는 돌담이 남아 있어 전통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담의 구조, 재료, 형식이 달랐음을 관찰할 수 있다. 상류층 건축물 주위에 있는 토담은 사춤쌓기(축석의 사이나 뒷면에 시멘트나 몰 타르를 채워 다지며 쌓는 방법)를 석축 위에 건성쌓기(돌과 돌을 잘 물리어 담을 쌓는 것)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토담의 상부에 전통 한식기와나 일본식(日本式) 평기와를 올림으로써 비로 인해 담이 붕괴되지 않도록 예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가의 토담은 2.3m 정도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토담 높이로 높은 권위를 내세웠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민가의 담은 냇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강돌을 쌓아 만들었다. 높이는 1.5~1.7m 정도로 사람의 키와 비슷하다. 민가의 돌담은 축조시기가 대체로 늦으며, 한식기와 또는 일본식 평기와를 덮은 경우가 많다. 경남 서부지방 양반마을의 전통적인 공간구조와 담장형식, 담장구조를 잘 보여준다. 이사재로 오르는 자연석 돌계단에서 마을을 조망하는 일은 필수코스라 할 것이다.

이 처럼 마을의 역사가 오래듯이 남사예담촌에는 문화재가 많다. 지난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281호로 지정된 남사옛마을 담장을 비롯해 1985년 1월 23일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17호로 지정된 남사리 최씨고가, 문화재자료 제118호(1985년 1월 23일)로 지정된 남사리 이씨고가, 보물 제1294호(1999년6월19일·진주박물관 소장)로 지정된 이제개국공신교서, 문화재자료 제196호(1993년 1월 8일)로 지정된 면우곽종석유적, 2003년 4월 17일 문화재자료 제328호로 지정된 이사재, 2009년 1월 15일 문화재자료 제453호로 지정된 남사리 사양정사, 2006년 7월 20일 문화재자료 제403호로 지정된 사월리 장수황 묘비와 문인석, 1983년 8월 6일 문화재자료 제51호로 지정된 배산서원 등이 있다. 이밖에도 남사마을의 상징수인 수령이 300여년 된 회화나무와 600여년 된 감나무, 700여년은 족히 된 매화나무 등의 고목들이 어우러진 남사예담촌은 지리산자락의 명가마을임에 분명하다.
 

경남 산청 남사면의 남사예담촌 옛 돌담은 고목과 한옥기와집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움과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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