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라보는 정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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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라보는 정치'를 말한다
  • 한관우 편집국장
  • 승인 2010.02.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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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관우의 집중인터뷰] 오장섭 전 건설교통부장관(3선 국회의원)

오는 6월 2일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공직자들의 사퇴기한이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특히 설 명절을 전후해 지방선거와 관련 후보군 등에 따른 여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민감하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사상 유래가 없는 도지사, 시․도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등 8개의 선거가 6월 2일에 한꺼번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이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1995년 시작된 민선자치시대가 5기를 맞으면서 지역민들의 기대와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권력구조 개편론 등 개헌(Constitutional amendment)론과 행정구역 개편론 등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미래의 정치를 가늠해 보고자 한동안 정치일선에서 비켜서 있으면서 현실정치를 냉철히 바라보고 있는 3선(14~16대)국회의원과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낸 오장섭 전 장관(홍성고 21회)으로부터 개헌론, 공천제도 등과 관련한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의 전반에 관련하여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 전 장관은 정치권의 개헌론 공론화 필요성 등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미래를 바라보는 정치적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편집자 주>




▶정치권의 개헌론 공론화의 필요성은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해 6월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회 주최 특강에서 "직선제 이후 대통령 5명 가운데 4명이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 이러한 부작용이 지금 엄청난 시련으로 느껴지는 만큼 개헌을 통해 국가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개헌론을 주장했다. 2012년에 대선과 총선이 같이 치러지는 만큼 올해가 개헌의 최적기로 생각된다. 현재 개헌관련 사안은 여야 의원 186명이 참여하고 있는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과 수상의 권한을 분산시켜 대통령은 직접선거로 뽑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뽑아 권력을 나눠 국정운영을 하는 프랑스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건설적 불신임제(연방의회에서 내각을 불신임하기 위해서 먼저 의회에서 수상을 선출)와 저지조항을 통해 정국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독일식 의원내각제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현행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현행 제도상으론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권력분산의 필요성을 역설한바 있다. 자유선진당은 전국을 5~7개 광역단위로 분권화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강소국 연방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창조한국당도 논평 등을 통해 "우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선진민주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후진국형 권력구조라는 점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헌논의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개헌을 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된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 20일 이상 대통령이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 국회의결(재적 3분의 2 찬성), 국민투표(과반수 투표, 과반수 찬성), 대통령이 즉시 공포(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제안 당시 대통령에겐 적용 안 됨)라는 5단계를 거치도록 했다. 이번에 개헌이 이뤄지면 10번째 개헌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 폐해, 개헌 통해 개선돼야

대통령 5년 단임제는 1987년 6․10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도입됐다. 전두환 대통령 재임시절인 지난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에 의해 23년째 시행되고 있는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권력집중과 더불어 전․현 권력간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구조적 한계론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8.4%가 현행 5년 단임제가 아닌 어떤 식으로든 권력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늘날 대통령 5년 단임제 무용론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막다른 상황에 이른 것은 견제와 균형, 책임이라는 대통령제 본연의 이념이 제대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데 있다. 단임제의 경우 임기 4~5년차에 이르면 대통령은 고 3이 막연히 졸업식 이후를 기다리는 것처럼 잔여임기를 보내게 되는 불안정한 통치를 우리 국민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통령의 인사권 축소, 사정기관의 독립성 강화로 상호 견제토록 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고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장관직을 겸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30년간 성공적으로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은 대통령 선거 때 후보의 이념과 정신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로 인해 대통령에 출마한 후보자의 퍼스낼러티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실제 당선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의 대통령제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후보의 출신지역 몰표,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시기의 정치상황, 그리고 다른 후보 간 연대 등 인품이나 인격이 아닌 외적인 변수에 의거해 당선자가 결정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에 따른 정국혼란, 정치적 비효율성과 무책임성, 지역 간 갈등구조 심화,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 여야의 극단적 대립 등 수많은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재임 중 누렸던 제왕적 권력은 퇴임 후에는 새로 들어선 정권에 의해 비수(匕首)가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2년가량 복역 후 사면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아들들을 감옥에 보내는 크나큰 심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력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족과 주변사람들에 대해 더 이상 자신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의 결단을 내리고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 각인시켰다.

▶공천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공천제도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천제도가 개정되지 않으면 국회의원은 당과 당 지도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의 공천방식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첫째, 국회의원 공천제도의 문제점이다. 국회의원들에게 공천은 자신의 의원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나 다름없다. 여야 각 정당이 공천과 관련해 나름대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지만 사실상 내면적으로는 당 지도부 등 윗선이나 주류의 영향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쇄신특위 공천제도팀 이진복 의원은 "하향식 공천제도가 당의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18대 4․9총선 공천과정에서 한나라당 공청심사위는 친이명박계 위주로 공천했고, 친박근혜계에 대한 살생부가 나도는 등 친박계를 공천에서 탈락시켜 과반수 의석은 확보했지만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라는 제3당의 출현을 자초했다. 한라당은 지난해 4․29 국회의원 재선거 5개 지역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한나라당 쇄신특위는 4․29재보선에서 당 공천이 잘못된 이유는 공심위에서 전권을 갖고 공천하면서 당헌당규에 규정된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며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사실상 공천의 전권을 가짐으로써 생기는 폐단을 차단하는 정치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둘째, 지방 기초의원 공천제도(Public nomination system)의 문제점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은 󰡒4․29 재보선 장흥 광역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에서 20년 생활정치를 해온 후보를 내세워 이겼고, 민주당은 구태 정치인을 보내 패배했다. 지역위원장이나 지역의원에게 맡겨서는 공천혁명이 이뤄질 수 없다. 비례대표, 광역․기초의원 공천권을 중앙당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흥 수석사무부총장도 "민주당이 외부인사에 대한 수혈을 제대로 이루려면 지방선거부터 공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시․도당에서 결정하는 기초단체장 공천을 중앙당과 협의해서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5월 31일 4번째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 의원 후보의 정당공천제, 중선거구제, 유급제 등 3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정당공천제는 선진각국에서도 제도의 일부를 보완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독차지하고 있는 정치구도, 공천비리와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의 약화와 중앙정치권의 줄세우기 등이 만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정당의 공천 장사와 국회의원-지방의원의 주종(主從)관계로 이어지는 잘못된 현상이 당원이나 대의원에 의해 후보를 선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는 주(州) 정당에서, 소선거구 후보는 지구당에서 경선으로 선출된다. 미국은 지역당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후보가 선출된다는 점에서 가장 분권적이다. 주(州) 정당이 공천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어서 후보 선출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행정구역 개편(Administrative sector reorganization)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데

행정구역 개편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시대의 변화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생력 상실, 지방행정조직 비대화에 따른 재정 손실, 지역주민의 불편 등을 야기하고 있다. 100년 전 농경시대에 만들어진 지방행정체제는 시대변화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서울시는 그대로 존치하고, 도 기능을 살리되 전국 230개 시․군․구를 50~60개의 통합시로 통합하는 법안(권경석 의원)을, 민주당은 전국 230개 시․군․구를 70개 정도로 통합하는 법안(우윤근 의원)을, 자유선진당은 전국 230개 시․군․구를 120~200개로 통합하고 전국을 서울, 중부(인천․경기), 서부(대전․충남․충북․전북), 동부(대구․강원․경북), 남부(부산․울산․광주․경남․전남), 제주도의 6개 권역으로 재편하는 법안(이명수 의원)을 발의했다. 행정구역을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47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10개 전후로 재편하여 광역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10년간의 통합작업으로 1999년 3232개였던 기초자치단체가 올해까지 절반 가까운 1760개로 줄어든다. 우리도 이를 본받아 지자체의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헌 시에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력구조에 관해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대체로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들 중 62.8%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47.3%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했고, 39.5%가 내각제를 선호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의 경우 5년 단임제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대통령 조기 레임덕을 방지 한다는 장점이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대통령 중심제를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통령 중임제를 택하고 있다. 단임제 국가는 한국, 필리핀, 레바논, 페루, 코스타리카, 멕시코, 파라과이, 볼리비아, 온두라스, 파나마, 칠레, 콜롬비아 등 12개국으로 하나같이 후진국들뿐이다. 여권의 차가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을 통해 󰡒대통령이 4년 일하고 국민이 찬성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의원내각제(Parliamentary cabinet system), 권력분산의 한 방편인데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 5년 단임제 다음으로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제도는 의원내각제다. 내각책임제 또는 의회정부제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권력분산형 의원내각제로의 전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제헌의회에서 만든 제헌헌법의 초안에는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당시 임시국회의장인 이승만의 거부로 대통령제로 바뀌게 되었다. 대통령과 실질적 정책 결정권을 갖는 총리로 권한이 분리되고, 총리는 의회에 책임을 지고 의회의 감독과 당내 경쟁자의 견제를 받기 때문에 효과적인 권력분산이 가능하다. 내각제는 집단적 권력구조이기 때문에 총리 개인이 막강하더라도 당의 지지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가 없다. 의원내각제는 여소야대로 인한 정국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부는 언제라도 물러날 수 있다. OECD 국가 30개국 중 미국, 멕시코, 한국, 폴란드, 프랑스 등 5개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원내각제 이거나 실질적으로 의원내각제에 기초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헌을 하루빨리 단행해야 한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임기와 선거주기가 서로 달라 재임 대통령은 5년 임기 중에 3번씩 치르는 잦은 선거는 국력 낭비와 국정혼란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2012년 4월에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에 치르는 대통령선거를 동시에 치러야 한다. 선거비용 절약효과와 대통령의 국회의원 선거 개입 차단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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