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들의 이해와 공존 그리고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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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의 이해와 공존 그리고 상생
  • 전상진
  • 승인 2010.02.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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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홍성정기시장(홍성전통재래시장) 2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는 풍경과 발걸음을 직접 내딛어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나 다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어쩌면 현재의 소중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골목길을 통해 우리네 이웃의 소중한 삶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편집자 주>


시장(市場)은 언제 어디에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시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사회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나 지역의 중심지 등에 형성돼 왔다. 물물교환이 이뤄지던 시대에 시장은 필요한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교역의 기능을 담당했고, 교통이 불편했던 시대에 사람들이 다른 곳의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던 만남의 장 역할을 감당해왔다. 우리에게도 시장이 있었다. 특히 장시(場市)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던 조선 후기에는 붙박이 점포상인들과 부보상들이 시장의 기능을 충실히 감당해왔다. 지금 시장의 점포상인들과 노점상들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날 교통·통신의 발달, 과학의 발달 등이 가져온 엄청난 변화는 예전 시장의 기능을 완전하게 변화시키고 그 기능을 한없이 축소시키고 있다. 시장의 기능 축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화는 바로 마트의 등장이다. '없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마트의 등장은 젊은 소비층들이 선호하며 편리하게 찾게 되고, 시장은 그 여파에 추락하고 있는 상태이다. 거기에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 등은 집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편리함을 가져와 더욱 더 시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최근에 시장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라 전체가 '전통재래시장'이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하며, 시장 현대화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이다.

홍성정기시장도 '홍성전통재래시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현재 시장의 현대화사업 추진이 한창이다. 현대식장옥 설치와 채소전, 어물전, 마늘전 등 특화점포 개발, 비가림막 설치, 주차장 확보와 소방도로 확보, 문화 휴식 공간 설치 등이 바로 시장의 현대화사업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홍성정기시장에서 시장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 소홀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점포상인들의 요구와 노점상들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것. 점포상인들은 노점상들이 홍성천변을 차지하면서 점포에서 장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점포상인들은 노점상들이 시장 안으로 들어와 함께 장사하기를 원한다.

▲ 홍성정기시장 김창수 번영회장.


▲ 오른쪽 악수하고 있는 사람이 홍성오일장 최춘일 상우회장이다.


홍성정기시장 김창수(64) 번영회장은 "점포상인들은 군에 각종 세금과 공과금, 사용료 등을 내며 장사를 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세금도 납부하지 않고, 질서도 지키지 않고, 시장 안으로 들어오라는 우리의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며 "군이 나서서 합리적인 해결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점상을 대변하고 있는 홍성오일장 최춘일(49) 상우회장는 "지난 한해 노점상들은 '자율질서'를 지키며 장사를 해왔다. 거의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안으로 들어오라는 요구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6개월간 시장 안에서 장사를 했지만 장사가 되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노점상 대부분이 외지인이라고 하는데 130여명의 노점상 중 78%가 홍성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고 주장했다. 또 "군과 번영회와의 대화를 통해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성정기시장 상인들이 서로간의 이해와 공존, 그리고 상생의 협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홍성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군에서는 현재 홍성천 도로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노점상 영업을 막고 있지만, 이쪽저쪽의 눈치만을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래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군이 나서서 점포상인과 노점상 간의 대화 중재 등을 비롯해 상생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장날이면 점포와 노점이 공존하지 않는가. 군과 상가번영회, 오일장상우회 등은 서로의 이해(利害) 관계를 접고 함께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이 서로의 협력 속에 이루어지는 시장의 현대화사업이다.


<장터사람들>


농산물직판장 이진농장 이경소
·김혜환 씨 부부

2달 전에 채소전 점포를 인수해 장사를 시작하고 있는 농산물직판장 이진농장 이경소(52)·김혜환(52) 씨 부부. 결성에서 이진농장을 운영하며 채소 도매업을 하다 시장에 들어와 장사를 해오고 있다. 아들 이름을 따 이진농장에서 직접 싱싱한 채소를 공급해오고 있는 이들 부부는 요즘 불경기에다가 시장도 마트 등에 밀려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다. 김 씨는 "어제 오이 한 상자가 2만7000원에 거래됐는데 오늘은 4만원이 넘는다"며 "요즘 같아서는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모두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노점상들이 홍성천변에서 채소 등을 파니 아예 채소전은 장날에도 사람이 없다"며 "점포 상인이나 노점상이나 살기 위해서는 대화 등을 통해 이쪽 채소전에 함께 둥지를 트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며 "군과 상가번영회, 오일장상우회 등이 협력해 좋은 방안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흥식당 홍영표·최추자 씨 부부
30년 넘게 시장 '맛'을 지켜온 장터국밥집 신흥식당 홍영표(71)·최추자(70) 씨 부부. 요즘은 아들 홍승환(42) 씨가 이어받아 시장 장터국밥의 맛을 지켜가고 있다. 아버지 홍 씨는 "소머리 장터국밥으로 30년 넘게 장사해왔지. 예전 장날이면 앉을 자리도 없이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손님이 많이 줄었어. 그래도 단골손님들은 장날이면 꾸준히 국밥을 찾지"라며 "요즘은 몸이 불편해 장사는 아들이 하고 있어. 장가를 가야할 텐데…"라고 말하며 걱정을 털어 놓는다.


한양떡백화점 김화석 씨
설 명절 때나 그나마 사람들이 찾았다고 하는 한양떡백화점 김화석(57) 씨. 11년째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할 말이 많다. 김 씨는 "노점상 대부분이 외지 사람들"이라며 "강제력을 동원하더라도 이쪽 채소전에 노점상들을 몰아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김 씨는 "약장사들이 수시로 점포를 임대해 군내 노인들의 주머니돈을 훑어가는데 군에서는 방관만 하고 있다. 왜 허가를 내주는지 알 수가 없다"며 "외지로 돈이 빠져나가고 시장경기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약장사들이 장사를 할 수 없게 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성천막 고추·마늘 도소매 송태봉·박경숙 씨 부부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그리고 마늘전 앞도 텅비어 있어"라며 "노점상들을 위해 마늘전 앞 넓은 터를 만들었는데 노점상들이 이곳에 안 들어와. 뭔가 대책이 나와야지"라고 말하며 즐거움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온다는 새로 지은 마늘전 홍성천막 고추·마늘 도소매 점포를 운영하는 송태봉(77)·박경숙(68) 씨 부부. 박 씨는 요즘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다. 왜 간판에 󰡐홍성천막󰡑이란 말을 써놓았는지 물었더니 박 씨는 "원래 우리 바깥양반이 천막사를 했지. 사람들이 천막사를 더 많이 기억하니 찾기 쉬우라고 써놓은 거지"라며 싱겁게 웃는다.


홍북야채·식품 주윤순 씨
채소가격이 2배로 올랐다. 요즘 폭설과 한파 등에 채소가격이 천정부지 오르고 있다. 비가림막이 설치된 채소전에서 10년 넘게 각종 채소와 식재료 등을 팔아온 홍북야채․식품 주윤순(61) 씨는 "폭설, 한파도 채소가격이 오르는데 한 몫 했지만,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일하기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사람들이 농촌에 없는 것도 문제지만 농촌에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도 일하는 걸 싫어해. 노인들만이 채소를 키우고 있으니 수량도 줄고 걱정이야"라고 혀를 찬다. 또 주 씨는 "채소가격이 오르다보니 사는 사람도 힘들고 파는 사람도 힘들어. 아침나절이나 좀 채소를 찾는 사람이 있지, 오후에는 아예 없어. 채소전만 만들어놓으면 뭐해. 빈 점포들이 더 많은 걸. 이쪽 채소전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질 않아. 노점상들을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대책이 나와야지"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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