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발판삼아 미래 꿈꾸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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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발판삼아 미래 꿈꾸는 마을
  • 윤종혁
  • 승인 2010.03.02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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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홍동면 구정리

홍동면 구정리(求精理)는 조선시대 말엽 홍주군 홍안송면 지역이었다. 홍동면지에 따르면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고요리, 신기리, 박석리, 신대리, 방축리, 동막리, 상동리를 병합해 구정리라 하고 홍동면에 편입되었다고 한다. 현재 고요마을과 동막마을로 나뉘어 있다.

고요마을은 마을 북쪽으로 박석고개가 있어 박석고개마을이라고도 부르며 서쪽으로는 고인돌, 괸돌마을이라 부르는데 마을에 지석묘가 있었다고 한다. 동막마을은 구정리의 동남쪽에 위치한 마을로 지형이 금반처럼 생겼다고 해서 금반양(金盤陽)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홍동면 구정리는 홍동면에서 마을 터가 넓은 지역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넓은 들판에서 행복 일구는 동막마을

▲ 넓은 뜰을 자랑하는 동막마을 전경.

동막마을은 젊은층이 없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1993년 인구가 200여명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47가구에서 120여명 정도가 살고 있다. 마을에서는 70대 이상의 주민이 제일 많을 정도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3명뿐이고 미취학아동은 현재 없는 상태이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벼농사와 밭농사를 짓고 있다. 한우와 젖소를 키우는 농가도 일부 있지만 벼농사를 중심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홍동면이 친환경농업 중심 지역답게 마을에서도 13가구가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동막마을 명건홍(53) 이장은 "주민들이 평균적으로 1만2000㎡(약 20마지기) 정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마저도 마을 주민들이 소유한 농지가 아니라 외지 사람들 소유 농지가 많다"며 "주민들이 잎담배, 고추 등 농사를 짓고 있지만 30~40대가 거의 없다보니 여러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 운영경비를 공동으로 충당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 논(약 4000㎡)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함께 농사지으면서 논에서 발생되는 소득을 마을을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은 봄에 여행을 함께 다녀오고, 정월대보름 행사를 함께 갖는 등 동막마을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다.

명건홍 이장은 마을의 해결과제로 공동묘지 오르는 길에 산책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상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보니 공동묘지를 찾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산책로가 만들어지면 묘지를 찾아가기도 쉽고, 마을주민들의 여가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막마을에 들어서면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이라는 팻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7월 서울에서 홍성군 홍동면으로 자리를 옮긴<에너지전환>은 시민발전소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 대안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이다. 어쩌면 홍성에서보다는 전국적으로 더 유명한 단체일지 모른다. 에너지전환에서는 2008년 18㎡ 규모의 작은 패시브하우스를 완공하고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견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란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보급중인 고효율저탄소(HELC) 주택으로 난방이나 냉방 없이도 집안의 쾌적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는 집을 말한다.

에너지전환 송대원 간사는 "태양광에너지 등 주민들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에너지전환은 화석·원자력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 궁극에는 생태적 전환을 이룩하리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에너지전환(634-2354)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 꿈꾸는 고요마을

▲ 마을주민들의 단합을 자랑하는 고요마을 전경.

고요마을에는 다른 마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태양광발전 시설이 마을회관에 설치되어 있다. 1995년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마을의 정자를 짓거나 가로수 정비 사업 등을 했는데 고요마을에서는 태양에너지에 관심을 가졌다. 10킬로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서 2007년부터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전기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에서 이득이 발생하면 마을기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요마을 주민들은 주민들 단합이 그 어느 마을보다 뛰어나다며 마을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을취재를 갔을 당시에도 운수업을 하는 주영철 씨가 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었다. 마을이장을 8년 역임한 최성만(68) 씨는 "농한기에는 마을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같이 일도 하고 점심을 함께 하면서 우의를 나누고 있다. 외지에 나가있는 사람들도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잘 한다"고 말했다.

구정리 최고령자이신 주입노(90) 어르신은 "마을회관에서 사람들하고 흥겹게 지내고 있다"며 건강을 과시했다. 아들인 주영철 씨는 "아버지가 현재도 소일거리로 농사도 직접 짓고 계신데 소식과 규칙적인 식사가 장수하시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단합이 잘 되는 고요마을 또한 농촌의 현실을 빗겨갈 수는 없다. 1993년 230여명의 주민이 있었지만 현재는 130여명이 마을에서 터전을 일궈가고 있다. 최재호(51) 이장은 "젊은 사람들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음력 정월 14일 마을에 있는 오래된 나무 앞에서 함께 제사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나무의 수령이 400~500년은 되었다고 한다.

마을에서 최초로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했듯 마을주민의 숙원사업 또한 남다르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많은 주민들은 "농로포장, 다리공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서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을에 적합한 노인일자리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살펴서 마을의 과제로 삼아 차근히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 홍성군수를 역임한 채현병(62) 씨도 구정리 출신이다.

▲ 건강을 자랑하시는 구정리 최고령 주입노 어르신.

▲ 동막마을 명건홍 이장.

▲ 고요마을 최재호 이장.


▲ 고요마을 이희정 노인회장.

▲ 2007년 서울에서 홍동면 구정리로 본사를 옮긴 '에너지전환'

▲ 고요마을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있다.

▲ 농한기를 맞아 볏짚을 이용해 멧방석을 만들고 있는 최성만 고요마을 전 이장.

▲ 동막마을에 있는 천주교공소. 이곳에서 미사를 드린다.

▲ 동막마을회관.

▲ 마을 최초로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한 고요마을회관.

▲ 마을주민들은 매년 음력 정월 14일 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 홍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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