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토굴새우젓의 깊은 맛, 퍼담아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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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토굴새우젓의 깊은 맛, 퍼담아 가세요"
  • 전상진 기자
  • 승인 2010.04.05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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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골 골목기행] 19. 광천전통시장 2 : 토굴새우젓 상가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는 풍경과 발걸음을 직접 내딛어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나 다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어쩌면 현재의 소중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골목길을 통해 우리네 이웃의 소중한 삶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편집자 주>


<광천토굴새우젓>을 아십니까. 그 어떤 특별한 말이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맛과 품질이 뛰어난 전국 유일한 토굴 새우젓. 광천 옹암리 독배마을 토굴 온도가 항상 13~15°C를 유지되면서 다른 지역과는 달리 맛이 변질되지 않고 숙성과 보존도 우수해 토굴 새우젓 최고의 맛을 유지하고 있는 광천 새우젓. 전국 대부분의 다른 지역 새우젓이 냉장시설을 이용한 인공발효 새우젓인 것에 비해 광천 새우젓은 자연해풍과 토굴이라는 자연물을 최대한 활용해 서서히 숙성시키고 보존해 맛과 품질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토굴 새우젓 브랜드의 본고장 <광천>을 만들었다.

광천토굴새우젓이 나온 것은 1960년대(1964~5년) 이후 독배마을에 살던 고 윤병원 옹이 토굴 안에 새우젓과 다른 젓갈들을 보관하면서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독배마을 곳곳에 있었던 금광들이 폐광되면서 토굴은 그대로 마을에 방치돼 왔다. 토굴 안이 시원하고 서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을주민들은 토굴에다 김치를 담아 넣어두기도 때론 상하기 쉬운 음식들을 보관했다. 또 토굴은 마을아이들이 숨박꼭질을 하며 놀던 놀이터이기도 했다. 마을주민들은 윤병원 옹이 토굴에 새우젓을 보관해 숙성된 맛이나 보관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이때부터 새우젓이나 젓갈들을 저장토굴에 보관하면서 새우의 산지도 아닌 <광천>이 토굴 새우젓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특히, 1995년 이후 들어서는 광천전통시장과 옹암리 독배마을을 중심으로 새우젓 점포가 대규모로 형성돼 <토굴 새우젓>의 전국 유일한 유통경로로 자리매김하면서 새우젓 경제가 확대되고 광천은 경제적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광천에서는 현재 새우젓을 가공하고 보관하던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토굴 새우젓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까지 새우젓 경제를 확대하고 있다. 광천지역 전체적으로 새우젓 상점이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4~5년 사이 점포 확대는 가속화됐다. 광천에 있는 새우젓 상가들은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전통시장(60~70여 곳), 옹암리 독배마을(30여 곳), 특화단지(10여 곳) 등 100여 곳이 넘는 새우젓 상가들이 광천지역의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광천에서 가장 새우젓 상가가 많은 <광천전통시장>은 한때는 전국 3대 시장에 손꼽혔던 오일장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년대까지 이어졌던 화려한 전성기는 이제 지나가 버리고 대부분의 농촌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는 장세가 많이 약화됐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의 여파와 광천인구의 감소는 광천전통시장을 더욱 침체의 늪에 빠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광천전통시장에서 시장 경기의 침체 속에서도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상가는 새우젓 상가와 재래맛김 상가다. 이중 가장 중심이 되는 상권이 바로 새우젓 상가로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옹암리 독배마을에서 광천시장에 자리를 잡은 상가들이 30여 곳 형성돼 있고, 바깥쪽으로 자리잡은 상가들은 대부분 옷․이불․화장품가게 등 다른 업종의 점포였지만 시장 경기침체 속에서 새우젓 점포로 업종을 바뀐 상가들이 형성돼 있다.

광천전통시장 내 새우젓 상가들의 새우젓 판매는 연중 이뤄지지만 가을철에서 겨울철로 넘어가는 9~11월이 가장 성수기를 이룬다. 성수기에는 점포마다 방문 및 주문 판매가 많아서 대다수 점포가 가족과 친지뿐 아니라 인부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새우젓 상가들은 최근 육젓·오젓 등의 고급 새우젓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판매 용기를 표준화했다. 또 점포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단골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노력을 기울인다. 최근에는 방문판매뿐 아니라 단골들을 위한 택배판매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관광 철에는 관광버스 기사들과의 연계를 통해서도 판매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6년 사이에 새우젓 점포가 난립하면서 매출액은 10년 전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다. 매출액이 감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상인 대부분의 주장처럼 "향후 새우젓 판로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새우젓 점포의 난립으로 점포별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기성세대나 노인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들은 짠 맛을 가진 <젓갈>의 선호가 약한 편이고 직접 김치를 담그는 비율도 낮아 장기적으로 새우젓의 소비는 감소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값싼 중국산 새우젓의 대량 유입으로 다소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토굴 새우젓의 소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기에다가 2007년 기름유출 사고 이후 그 여파로 새우젓 매출도 감소하고 있는 상태. 그리고 새우어획량 감소에 따라 오젓·육젓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 결국 상품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광천지역 토굴새우젓·재래맛김 상인들과 상인단체, 기관단체 등에서는 토굴 새우젓과 재래맛김 판매홍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4년간 토굴 새우젓과 재래맛김 판매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광천토굴새우젓·재래맛김축제>가 바로 이들의 대표적인 노력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광천전통시장 새우젓 상인들과 재래맛김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축제를 통해 전국적인 새우젓, 재래맛김 홍보가 이뤄졌고, 이를 계기로 토굴 새우젓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광천시장과 옹암리 독배마을 간의 축제 개최장소를 놓고 벌이는 다소의 갈등과 홍성내포축제와 연계된 축제행사 개최 등은 광천지역 토굴새우젓․재래맛김 상권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또한 지난 2월 23일 시험운행에 이어 지난달 13일 정식운행을 시작한 관광열차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의 광천역 정차 역시 홍성군과 광천지역 기관단체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광천역에서 약 40여분 머물러 관광객들로 하여금 광천전통시장 방문을 유도, 토굴 새우젓을 비롯한 각종 젓갈류와 재래맛김을 판매․홍보하고자 기획된 행사로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두 번 운행된다. 지난달 26일에는 정차시간 연장과 토굴새우젓․재래맛김의 깊은 맛을 선보이는 젓갈백반 시식행사도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새우젓 상인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시큰둥하다. 시큰둥한 이유는 관광객들이 천천히 상가들을 둘러보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다는 점, 일부 상가만 돌고 그냥 지나쳐 간다는 점, 지나친 호객행위가 자칫 새우젓 상가들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흐려놓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이다.

이런 기회를 최대한 살려 광천특산물인 토굴새우젓·재래맛김을 판매홍보하기 위해서는 기관단체의 경우 좀 더 관광객들이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상인들은 방관자의 입장이 아닌 <내 손님, 우리 손님>이란 인식을 갖고 적극적인 판매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는 광천전통시장입니다. 토굴새우젓·재래맛김의 깊은 맛, 맛보러 오세요."




<시장통 사람들>

충남새우젓상회 최명희 씨

3대째 100여년 가까이 새우젓 장사를 한 가게. 처음 시어머니 고 김만순 씨가 옹암리 독배에서 새우젓을 사다가 광천 장날(4·9일장) 내다팔았고, 며느리 이영분(89) 씨가 대를 이어 시장에 새우젓을 내다팔고 예산, 홍성장 등 시골장을 돌며 장사를 했다. 1977년에 <충남새우젓상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현재까지 손님을 맞고 있다. 현재 이영분 씨의 두 딸 최복자(68) 씨와 최명희(55) 씨가 상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충남새우젓상회는 다른 상가보다 많은 젓갈과 100년 가까이 이어온 한결같은 맛과 전통으로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10년 기본이고, 20년은 돼야 단골소리 듣는다는 손님들은 상회 젓갈 맛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는 일본 신주쿠의 김치공장까지 소문이 나 새우젓을 수출한다고 한다. 최명희 씨는 "전통이 오래돼서 그런지 꾸준히 단골손님들이 찾는다"며 "3월이 가장 어렵고 아무래도 가을철 성수기 때 장사가 잘 된다"고 말한다. 최 씨는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계속 대를 이어 지금까지 한 것처럼 전통을 이어서 믿음과 신뢰로 젓갈을 판매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광천원토굴새우젓상회 김연형·김은희 씨 부부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새우젓 장사를 했다는 김연형(49)·김은희(45) 씨 부부. 김은희 씨는 아직 새우젓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단골손님이 많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화장품 가게를 했지만 워낙 시장경기가 어려워 새로 새우젓 점포를 냈다고 한다. 남편 김연형 씨는 광천특산물영어법인조합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새우젓 상가와 재래맛김 상가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하는 김 씨는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이 매주 화요일, 토요일 운행되지만 사실 판매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다"며 "제대로 새우젓과 젓갈을 홍보할 수 있는 알찬 기획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광천길성토굴새우젓상회 김은태 씨

"가장 비수기가 3월이다. 새 학기가 되면 가정마다 돈 들어갈 일도 많아지고 요즘은 경기침체 여파까지 겹쳐 장사가 통 안 된다"며 "4월부터 좀 나아져 아무래도 9~11월 김장철이 다가와야 성수기를 맞을 수 있다." 광천길성토굴새우젓상회 김은태(47) 씨는 광천토굴새우젓발전회 총무 직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상가 70%가 발전회에 소속돼 있다. 그렇지만 갈수록 상가 간의 경쟁이 심해 장사하기 힘들다. 단합도 잘 안 된다"며 지나친 상가 경쟁보다는 서로 단합해 모든 점포의 장사가 잘 되길 바란다고 한다. "축제도 지금의 하상주차장은 장소가 비좁다"며 "광천제일고등학교 운동장을 축제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혜진이네토굴새우젓상회 김종숙 씨

"친정어머니 때부터 독배마을에서 새우젓 장사를 시작했다. 가게는 10년 전에 문을 열었고, 이젠 새우젓과 젓갈류의 질을 높여 고급화하려고 노력한다." 혜진이네토굴새우젓상회 김종숙(51) 씨는 "광천토굴새우젓과 젓갈은 100% 국산만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단가가 높아 고가에 판매되는 단점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가장 좋은 품질로 새우젓과 젓갈을 판매하나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인터넷 판매보다는 택배나 방문판매에 치중하고 있다"고 광천젓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말한다. 김 씨는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새우젓을 포함한 젓갈 사업도 사양길에 접어들 것 같다"며 "젊은 세대들이 젓갈을 좋아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며 근심스레 말을 건넨다. 김 씨는 그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금액만을 따지지 않고 질적으로 승부하고 고급화하려 노력한다면 새우젓 상회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희망을 담아 말을 전한다.

현숙이네전통토굴새우젓상회 전순희 씨

현숙이네전통토굴새우젓상회 전순희(53) 씨는 가게에 없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남편이 마침 가게에 있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 관광열차 운행에 대해 묻자 "좋은 발상이고 좋은 기획이다. 그러나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며 "시간이 적다보니 사고가 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 "호객행위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나친 호객행위가 자칫 광천새우젓상가 전체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 거부감이 들게 할 수도 있다"며 바람직한 상도덕을 지켜 호객행위를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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