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국화꽃 향기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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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국화꽃 향기에 취해
  • 이은성 기자
  • 승인 2011.01.15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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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업 특화사업으로 농업 경쟁력 키운다 ⑮ 운정국화농장

 


지역 농업활성화를 위해서 브랜드 육성이나 친환경농업 확대 등이 체계적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특화 사업은 어떤 종목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 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농업정책을 수립하고 지역농업발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지역특화사업에 대한 농가나 업체를 탐방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갈산면 운곡리 한 농원의 시설 하우스에는 국화꽃 향기가 가득하다. 김철 대표가 운영하는 운정국화농장은 국화 뿌리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6년 동안 농장을 꾸려온 김 대표는 국화가 가진 매력에 심취해 '국화삼매경'에 빠졌다고 한다.

고난의 터널 끝에서 '국화'와 만나다 
"막내아들은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어요. 뇌의 절반이 손상되는 사고를 겪고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 했는데 34일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지요" 라고 입을 뗀 김철 대표는 국화 꽃 같이 활짝 핀 웃음으로 사연을 소개했다. 자식의 사고로 금전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고, 속상한 마음이 계속되면서 본인 자신도 결국 병이 났다고 한다. 6년 전 갑자기 밤마다 복통이 잦아져 검사를 받았는데 위에 염증이 있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처방받은 약을 먹으니 아픔이 사라져 큰 신경을 쓰지 않던 중 갑작스럽게 복통이 재발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게 된 김 대표는 위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수술 이후 다행히 결과는 좋았지만 남부럽지 않게 소를 키우며 벼농사를 지어 온 김 대표는 더 이상 일을 손에 잡지 못했다. 수술로 몸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삽질도 제대로 하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하고 아내마저 고질적이 신경통과 관절염에 시달려 마음이 많이 혼란했다는 김 대표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근처 수덕사를 자주 찾아갔다. 대웅전 옆 산신각에서 자신과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시간을 보내던 김 대표 앞에 희망이 찾아왔다. 당시 갈산면사무소 총무계장으로 재직 중이던 유석규씨를 따라 서부중학교에서 열린 꽃 전시회에 가게 된 김 대표는 이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돈을 지불하고 구경을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국화의 모습이 너무 매력적인 거야, 그 순간 국화를 꼭 길러보자고 결심했지"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일궈낸 국화재배
국화꽃 전시회에서 직접 국화를 전시한 서부중학교 직원 박종호씨를 찾아가 묘목을 얻어왔다. 그렇게 국화재배를 시작한 김 대표는 품질 좋은 국화를 재배하기 위해 꾸준하게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 종묘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사업자등록증을 갖춘, 연간 2만 5000여주의 국화와 작품주문만 1만 5000여 본을 분양하는 어엿한 국화농장의 주인이 되었다. 이런 농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김 대표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처음에는 국화를 키우는데 재미를 붙이고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하지만 혼자보기에 아깝고, 돈을 받고 분양하고 싶다는 생각에 국화를 트럭에 싣고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 천안, 공주, 대전 등 큰 화원들을 무작정 발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나중엔 알아서 찾아오더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처음에는 국화라는 말에 선뜻 분양받길 꺼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만들어온 작품을 직접 보고나면 놀라운 마음이 들어 고가품으로 거래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동하는 유통비용등 가격이 맞지 않아 판매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렇게 김 대표는 전국의 화원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기른 국화를 선보였다. 결국 김 대표의 이런 노력으로 각 전시회나 화원에서 작품주문이 쇄도했고 분양 주문은 꾸준히 늘어가기 시작했다.

더 좋은 국화재배와 다양한 작품구상 및 공부를 위해서 유명한 곳은 직접 찾아다녔다는 김 대표. 이러한 노력으로 김 대표는 국화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는 국화박사가 되었다. 현재 서산, 당진, 연기, 태안 등 충남도내 농업기술센터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국화재배교육 강의섭외가 들어와 강사로 활동 중이다.

'내 마음에 맞는 국화' 정성과 노력이 뒤따라야 
젊은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국화를 재배할 경우 연간 3000~4000여 만 원의 소득을 낼 수 있다는 김 대표는 국화는 비교적 재배가 쉽고 꽃 피우는 시기를 조절 할 수 있어 대량재배를 통해 더욱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2시간 교육이면 누구나 재배가 가능 할 정도로 국화 재배는 어렵지 않고 250원 가량의 화분이 2500원으로 분양돼 10배 장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화는 꽃 색깔만 340여 가지에 달하기 때문에 단순재배와 작품 등 선택의 폭도 굉장히 넓고 품질에 따라 가격 층도 다양하다. 수준 높은 작품들은 200만원을 호가 한다"고 국화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자랑했다.

수억 원에 달했던 병원 빚을 청산하고 삶의 터전을 다시 가꾼 김 대표는 소득을 올리고자 하면 대량재배를 할 수 있지만 "내 마음에 맞는 국화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을 버리고 최선만 다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밀려드는 주문을 따라가기가 벅차 힘에 부친다는 김 대표는 앞으로 일을 줄이고, 여유로운 취미생활로 국화를 키우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국화재배가 쉽다고는 하지만 좋은 국화를 키우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된다며 "뭐든지 정성과 노력이 갖춰져야 그만큼 보답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국화를 기르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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