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면죄부'법 빨리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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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회 면죄부'법 빨리 철회해야…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1.03.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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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여론을 먹고산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도 한다. 상황 논리에 유격을 둘 수밖에 없는 정치의 유연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은 여론과는 정반대로 역주행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이하 정개법) 개정ㆍ추진에 대한 얘기다. 소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면죄부 법안ㆍ으로 불리는 정개법(政改法) 개정안이 지난 3월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됐다.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현역의원 6명이 기소됐다. 이들이 1심 판결을 받기 전에 국회에서 법을 바꾸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내용의 정개법 개정안이 행안위를 통과한 것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다. 급기야 청와대는 대통령의 거부권 검토를 배수진으로 삼아 국회를 압박하고 검찰은 뇌물죄로의 기소장 변경을 검토하는 등 비판적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란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을 때 국회로 이를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재적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행안위가 기습처리한 정개법 개정 내용은 이렇다. 제31조 2항(법인, 단체 기부제한)의 '법인 또는 단체의 기부금지'를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 기부금지'로 제한함으로써 향후 기업이나 노조 등의 집단 모금 기부를 합법화 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동법 32조 3항(특정행위 기부제한)의 '공무원 시무에 관한 청탁 기부금지'를 '본인(국회의원)외의 공무원 시무에 관한 청탁기부금지󰡑로 개정함으로써 국회의원 입법로비 정치자금은 합법화 하겠다는 의미다. 극단적 시각으로 보면 이익단체들의 돈을 받고 유리하게 법을 만들어 주는 소위 '하청입법'이 난무할 수 있다.

필자는 칼럼을 시작하면서 기회가 주어지면 정치에 대한 변명을 '나'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것이 나의 소임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왜냐하면 정치권에 대해 오해와 곡해가 많다는 것을 남들보다는 조금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너무도 아니다. 도저히 변명하고 감싸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속이 보였다. 입법권의 남용이 너무 심했다. 단순 동료애의 발로가 아니다. 밝혀지지 아니했을 뿐이지 나도 그런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속내다. 1인당 10만원까지 세액공제까지 해주며 소액 다수의 순수한 후원을 유도 권장하는 본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역 발상이다. 개정안대로 라면 단체나 법인이 입법로비를 위해 다수를 동원하여 10만원씩 쪼개서 기부를 하고 연말정산에서 세액으로 환급을 받는 󰡐세금으로 로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혔던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이 이웃으로 지내온 재일 한국인에게서 받은 25만엔의 정치헌금 때문에 전격 사임한 사건을 비교하면 도덕 불감증도 중증이다. 그것도 2005년부터 4년간 받은 액수로 현재의 환율로 환산하면 268만원 상당이다. 귀화하지 않은 72세의 여성이 일본식 이름으로 헌금했으니 외국인임을 알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외국인으로부터의 정치헌금을 금지하는 실정법 위반을 수용 사퇴한 것이다. 동일한 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일본 국회의원의 의식 격차가 이렇게 크다. 착잡하다.

기소된 의원들은 최근 재판에서 "청목회 자금인줄 몰랐다"는 주장이다. 10만원 짜리 후원금이 일정기간에 수 천만원이 들어왔는데 몰랐다니 믿기가 어렵다. 어찌됐든 좋은 국회의원은 못 된다. 소액 후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단 말인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 일이 원래 의도에는 나쁜 마음이 없었으며...언론이 너무 심하게 매도하고 있어 솔직히 억울한 점이 많다"며 소액후원금 부분에 대한 법의 불비를 지적하며 개정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설득력이 없다. 어부성설이다. 1993년 정치자금법이 처음 만들어 졌을 때는 상당부분 '눈감고 아옹' 하는 식의 조항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동안 수 차례 개정 과정을 거친 현행 정자법은 필자가 보기엔 상당히 훌륭한 수준의 법으로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문제의 발단이 된 소액 기부금 부분은 오히려 세액 공제 부분을 폐지하는 것이 과제이다. 정당운영금의 국고 보조에다 후원금 마저도 세액공제를 해주니 국회의원은 세금으로만 살림을 하는 격이다. 세액공제 빨리 폐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 국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진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수뇌부는 국민적 불신을 야기한 정개법 개정 사태를 조기 수습해야한다. 그러나 이번의 사건은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치명상을 안겨 주었다. 국회의 입법권은 국민을 위한 입법권이지 국회의원을 위한 입법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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