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형물, 주민의견 반영해 공감대 형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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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형물, 주민의견 반영해 공감대 형성해야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11.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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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성 조사 소홀 드러나…도시디자인 차원의 통합가이드라인 필요

냉전의 상징에서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변모한 임진각 평화누리. 파주의 ‘착한 풍경’ 가운데 첫손 꼽히는 곳이다. 연못 너머 바람의 언덕 위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3000여개의 바람개비는 자연과 소통을, 조금씩 성장하는 대나무 조형물은 통일의 순간을 각각 상징한다.



국내의 공공조형물은 1968년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된 이순신 장군 동상 설치를 시점으로,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건축미술장식제도’에 의해 설치된 조형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2000년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공미술지원 프로젝트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와 함께 1988년 지방자치법의 제정으로 시작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 공간에 조형물설치사업을 통해 지역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공적 문화공간을 개발함으로써 도시경쟁력을 높이고자 노력해왔으며, 이러한 관주도 공공조형물 사업은 각 자치단체간의 경쟁적 추진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주민여론수렴, 타당성 조사의 기본
홍성군에도 홍성이라는 지역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홍성군의 브랜드화를 목적으로 여러 조형물이 순차적으로 조성되어왔다. 홍성읍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김좌진 장군상과 같은 인물상을 포함해 얼마 전 위치선정 논란이 일었던 ‘홍주의병추모탑’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관주도 공공조형물은 주민들이 그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연적 자원을 발견하게 하고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 함양을 목적으로 조성된다. 아울러 주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시설물이기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전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조형물을 조성하기에 앞서 위치선정과 제작 목적 등을 전반적으로 가늠해보는 ‘타당성 조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당성 연구는 조형물 조성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검토하고 지역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의견 수렴, 적합한 대상지의 선정과 대상지에 대한 현황연구를 통한 조형물의 유형과 주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연구로써 설치 계획수립에 있어 기초가 되는 자료를 제공하게 되는 연구이다. 때문에 타당성 연구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필수적이고 기초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홍성군의 경우, 이 같은 타당성 조사를 소홀하게 하고 있어, 조형물 설치에 관한 군민들의 기본적인 합의와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례로 최근 위치선정 논란이 일었던 ‘홍주의병추모탑’의 경우, 문화재 주변의 경관을 우선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문화재보호법을 간과한 채 무리한 높이로 조성되고 있어, 당초 계획이었던 홍주의사총내 설치가 묘연해 지고 있다. 대교공원이 차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이다. 때문에 홍주의병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애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홍성군의 ‘랜드마크’ 식의 제2, 제3의 부수적인 의미가 자꾸 보태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홍성군은 지난 25일, 역사인물과 문화유적의 고장 홍성을 상징하고 축산군인 홍성을 알릴 수 있는 상징조형물 2점을 선정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상·하행 휴게소에 각각 설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정된 조형물은 홍성군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한우를 상징화한 조형물 1점(풍요)과 홍성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조양문을 상징화한 조형물 1점(웅비의 터)이다.

그러나 일부의 군민들은 조양문을 상징화한 조형물에 대해 다소 의아해 하며, “홍성사람들이야 조양문의 모습이 익숙하고 당연하기에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외지인들이 저 조형물을 보고 얼마만큼 홍성군을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지인들의 잠시 머무는 휴게소 공간의 특수성을 간과한 1차원적인 구상의 상징조형물이라는 지적이다.

‘도시를 살린 조형물’로 유명한 영국 게이츠헤드의 공공조형물, ‘도시의 천사’. 낙후되어 있던 인구 20만의 영국 소도시 게이츠헤드가 초대형 공공미술품인 북쪽의 천사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도시도 살아났다.



조성과정도 결과물만큼 중요
위와 같은 문제는 비단 홍성군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 관주도로 인해 설치된 조형물은 타당성 연구가 배제되거나, 사업의 필요성이나 방향성에 대한 올바른 검토 없이 지역 발전에 문화예술의 접목이 필요하다는 단순논리만을 가지고 조성되는 것이 현실이며, 타당성 연구가 이뤄졌다하더라도, 연구내용이 대상지에 대한 자연과 인문환경에 대한 연구나 설치할 조형물의 방향성 위주의 내용만을 담고 있다는 데에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공공조형물에 ‘조형물’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주도사업이었다면 이제는 조형물이 사회적, 정치적 문맥으로 소통하는 조성과정자체를 중시하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주제로 모든 과정에서 주민과 소통하고 공통으로 작업하는 ‘공공성’을 사회적 영역에서 찾는 공공미술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타당성 연구에서 사업추진에 대한 결정과 제안 등 진행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며 참여방법에 대한 행정의 적극적인 고민과 역할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편, 홍성군을 브랜드화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공감하는 이미지를 정립해 군내 각종 상징조형물에 대한 통합적인 가이드라인 구축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또한 전문기관에 의한 여론조사, 지역브랜드 컨설팅 등을 통해 해당 사업의 상징성이 무엇인가를 찾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예술 공간 조형물의 경우 체계적인 도시공간계획에 의해 조성되고 있는지, 공공조형물에 의해 창출된 공간의 사용자로서 주민들의 참여범위와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 내에 설치된 옥외 조형물 ‘클라우드 게이트’. 거대한 물방울이 지구상에 뚝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에 대해 시민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대신 손으로 두드려 보고, 앞에 드러누워 보고, 작품에 비친 자기 모습을 담는 등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즐긴다. 또한 이러한 상호작용 덕분에 클라우드 게이트는 성공적인 공공미술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도지디자인 행정전문가 양성 필요
공공조형물 역시 도시계획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각 사업 고유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겠지만, 홍성군의 경우 군청 내 ‘도시디자인T/F팀’이 막 신설되어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공모 ‘2011 국토환경 디자인 시범사업’ 선정에 따라 홍성읍 도시계획의 통합마스터플랜 수립을 담당하고 있는 도시디자인팀은 조직개편 이후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면, 홍성군의 도시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아보게 될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조형물 조성사업에 있어 미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행정 분야의 전문가나 건설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고려할 때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 판단되며, 이 때문에 도시디자인행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화가 필요할 것이다.

군소 지자체에서 조성하는 공공조형물들은 대부분 지역이나 장소를 상징하는 의미의 상징조형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모의 경우 대부분 짧은 시간에 지역을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디자인제안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당성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조형물의 유형, 대상지에 대한 검토,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지역의 공공조형물은 자치단체장의 공약이나 특정집단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군 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양산해내고 있는 상징조형물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공공조형물은 왜, 무엇 때문에 조성이 되고 있는 것인지, 원론적인 물음을 던져볼 때다.


*관주도형 공공조형물 설치 프로세스에 관한 연구(서울시립대 신재훈) 부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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