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의 ‘문발리헌책방골목’은 헌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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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단지의 ‘문발리헌책방골목’은 헌책방이다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1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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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길을 묻다 〈15〉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파주출판단지의 ‘문발리헌책방골목’은 지나온 시간을 간직해
빼곡한 1만5000여권의 헌책방 방문한 이용객들의 감성 자극
헌책방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넘어 다채로운 문화 경험의 공간


이름만 들으면 무슨 골목이 진짜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골목은 아니고 그냥 헌책방 이름이다. 가게이름처럼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문발리헌책방골목’은 헌책방이다. 파주출판단지의 콘셉트에 맞게 예쁘게 꾸며져 있는 헌책방이다. 책방은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고, 책방 구석구석 자리를 만들어 놓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구석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지기 딱 좋다.

문발리는 지금의 지명인 문발동이 예전에 바뀌기 전의 마을이름이라고 한다. 헌책방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옛 이름을 앞에다 붙인 것이다. 문발리헌책방골목은, 헌책방서점이지만 북카페이기도 하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블루박스라는 이름의 카페가 함께 운영되고 있고, 책도 카페의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형식이다. 카페는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지만, 서점은 책이 많아서 공간이 좁은 편이다. 하지만 책을 종류별로 잘 나눠놓았고, 구석구석 분위기 있는 테이블도 놓아서 책읽기에는 참으로 좋게 만들어져 있다. 파주출판단지를 흐르는 냇물을 커다란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과 오래된 책 한 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참 분위기 있는 카페이고 헌책방이기 때문이다. 아주 멀리서 일부러 찾아가기엔 좀 그렇지만, 파주출판단지에 올 일이 있어서 간다면, 한번쯤 꼭 들러볼만한 곳이 ‘문발리헌책방골목’이다.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 파주출판단지의 문발리 헌책방골목
천천히 삶을 느끼며 살아가기에도 부족한 우리의 삶이지만, 우리의 시간은 치열하게 흘러간다.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문발리헌책방골목’은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된 책들의 향기를 맡으며 책을 읽다 보면 정신없이 흘러가는 세상에서 벗어나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대량 출판, 인쇄가 이루어지는 파주출판단지 사이에서 시끄러운 건물들 뒤에 조용하게 위치한 ‘문발리헌책방골목’은 입구부터 조용한 분위기를 풍긴다.

책 모양의 독특한 선 간판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평범한 건물의 외관과 달리 옛날 헌책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실내장식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알려진 헌책마을인 ‘헤이 온 와이(Hey-on-Wye)’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헌책방답게 골목을 연상시키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실내장식으로 헌책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헌책방의 사진들, 타자기와 같이 추억이 담긴 소품들과 함께 옛날 골목처럼 만들어진 아늑한 공간 속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이곳이 헌책뿐만 아니라 헌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빼곡하게 꽂힌 1만5000여 권의 헌책 또한 헌책방을 방문한 이용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책에 얽혀있는 자신의 이야기, 어린 시절 읽었던 추억, 읽으며 적어놓은 메모들… 책은 내용과는 별개로 우리의 추억을 담고 있는 물건이다. 과거에 소중하게 읽었던 책들을 헌책방에서 다시 만나면서 마치 그리운 추억의 물건을 찾은 듯한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소장가치가 높은 고서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헌책은 시중 원가보다 저렴하다. 이곳의 장점은 공간이 협소해 책을 읽지 못하고 구매만 해야 했던 여타 헌책방과는 달리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1층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음료를 마시지 않고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북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풀숲과 강이 흐르는 파주의 자연경관을 보며 마음의 안식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실내장식이 돼 있다.  어린이 책 코너가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또한, 단순히 책만 읽고 구입하는 서점이 아닌 헌책방을 테마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동아리 모임방이 있어 기타, 서예, 미술 같은 여러 문화교육 활동이나 다양한 강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예약을 통해 모임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책방의 한편에는 닥종이 인형이나 도자기 전시가 이뤄지기도 하고, 특히 책방 안에 조성된 소극장에서는 영화상영이 가능한 빔프로젝터 또한 구비돼 있다. 사라진 헌책방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자, 단순한 추억 속의 서점을 넘어 다양한 이용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바쁜 생활 속에서 책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생각들, 책과 함께 쌓였던 추억들은 헌책과 함께 남아있다. 각자의 이야기와 추억들이 담긴 책들 사이를 걸으며 잠시 바쁜 시간을 멈추고 삶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지치고 무심했던 일상에 따뜻한 색을 입혀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 보물섬, 문발리 헌책방골목, 이가 古서점
세계 유일의 출판도시 파주에는 잊고 있었던 추억이 잠시 머무는 곳이 있다.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과 사연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헌책방이다. 상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출판도시의 성격 때문에 책을 팔고 사는 모습을 흔히 볼 수는 없지만, 리퍼 도서 차원에서 자사에서 출판한 책들에서 반환된 책 중 상태가 괜찮고 소장할 만한 것들은 할인해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들 가게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처음부터 ‘헌책’만을 진열해 많은 사람에게 추억을 나누고 있는 ‘보물섬’이나 ‘문발리 헌책방 골목’과 ‘이가 古서점’등 세 곳은 파주출판도시 내에서 유일한 헌책방으로 통한다. 분명, 헌책방은 지나간 시간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오랜 헌책방 골목 그대로 재현한 ‘문발리 헌책방골목’= 나무로 제작된 책장 사이에서 1만5000여 권 정도의 책이 누군가를 기다린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문발리 헌책방골목’이다. 건물을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옛 헌책방거리는 김형윤 대표의 창착 인테리어라고 한다. 문발리 헌책방에서는 적절한 보상에 따라 헌책을 수집, 진열한다. 기증 도서도 최소한의 대가는 내고 분류를 거쳐 책장에 꽂힌다. 문발리 헌책방 지킴이는 “한동안 잊어버렸다가 다시 생각이나 가끔 보고 싶은 책이 있다. 이것이 다시 만나고 싶은 헌책이며, 이곳 헌책방에서 그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며 “지나간 시간이 머물러 있는 곳, 아직 발견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매우 소중히 가지고 있던 책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라고 말했다.

◆100% 기증도서로 운영하는 아름다운 ‘보물섬’= 책을 만드는 산업단지이다 보니 들어선 건물만 보고 저절로 느껴지는 것은 삭막함뿐이다. 하지만 이곳에 가면 사랑이 있고, 나눔이 있다. 바로 시민 자발 참여로 운영되는 ‘아름다운 가게’ 유일의 기증전용 헌책방인 ‘보물섬’이다. 보물섬에는 100% 기증도서만 있다. 또 이곳에서 괜찮은 책을 찾아 구매하면 다시 사회에 기부하는 셈이니 이만큼 일거양득인 곳도 없다. 기증 도서 종류도 예술, 경제, 인문학, 소설, 비소설, 아동, 종교, 수필, 자기계발서 등으로 웬만한 서점만큼 다양하다. 또 누군가의 추억과 함께했던 책 속에서는 가끔 기증자와 관련된 사진이나 메모도 나올 때가 많다고 전한다. 보물섬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정윤미 매니저는 “기증한 도서 종류만 보아도 기증자의 성격을 알 수 있다”며 “책 분야를 정리하는 것 외에는 따로 관리 없이 기증된 대로 진열되기 때문에 가끔 손때 묻은 메모나 오래된 사진, 편지도 나온다”고 설명하며 “추억도 기증해 준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을 한편에 모아 공유하고 있다”며 “책은 개인 소유물이라기보다는 지적 자산과 같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나눌 때 그 가치가 더 커진다”고 책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조선시대 ‘논어’와 ‘마법천자문’부터 최신 도서까지 ‘이가 古서점’= 300여 년 된 고서부터 최신 도서까지 30만 권이 넘는 책을 보유한 ‘이가 古서점’은 40여 년 넘게 책 수집을 고수해 온 이근희 점장의 열정이 담긴 곳이다. 입구부터 1950~60년대에 사용한 국어책, 자연책, 산수책, 사회책 등 교과서가 눈길을 끄는 것이 이곳만의 매력이다. 만지면 찢어질까 조심스러운 고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언제든 종이 질감을 느끼거나 필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장은 “아이나 어른이나 책을 아끼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안 사가도 좋으니 서점에 와서 책을 보고 가면 좋겠다”며 “책은 바른길을 알려주는 인생의 좋은 벗인 만큼 많은 사람이 헌책이든 새 책이든 책 속에서 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점장은 남다른 열정으로 지금도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치 않고 한걸음에 달려가 직접 보고 적절한 가격을 내고 책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헌책방인 문발리헌책방골목 내부 전경.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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