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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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5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5.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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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다향과 미술문화를 한 눈에, 의재미술관

 

 

 


지역의 공립 미술관은 해당 지역의 미술문화를 갈무리해서 보존, 보전하는 상징적인 미술문화기관으로 지역 미술인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문화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근대화의 거장인 고암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욕구를 충족시키고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 기획취재에서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의재(허백련) 미술관과 저지예술인마을·제주현대미술관의 운영사례를 통해 한 화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미술관이 어떤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응노 생가기념관의 교육프로그램 구상, 미술관 독자상품 개발, 창작스튜디오 운영 등에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울러 미술관의 성공이 외지관광객의 유입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미치는 과정과 파급효과 등 이응노 기념관의 활성화를 통해 홍성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1. 미술관, 열린 마음으로 주민과 소통해야-환기미술관의 ‘부암동 아트프로젝트’
2. 박수근 미술관 개관 10주년, 이응노 기념관의 미래를 엿보다
3. 대한민국 1% 흑자경영 공립미술관 -제주도의 ‘이중섭 미술관’
4. 마을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 그리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
5. 남도의 다향과 미술문화를 한 눈에, ‘의재 미술관’ 
6. 이응노 기념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7. 이응노기념관 활성화해 지역문화예술의 본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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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 명산, 무등산 증심사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담한 현대식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의재미술관이다.
의재미술관은 의재 허백련(毅 齋 許百鍊)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미술관이다. 1891년에 진도에서 태어난 의재 허백련은 20세기 우리나라 남종화의 대가로 의재는 무등산 자락 춘설헌에 기거하면서 많은 명작을 완성했고, 시서화 동호인의 모임인 ‘연진회(鍊眞會)’를 조직하여 광주가 예향으로 자리잡도록 기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전라도의 산과 들을 주로 그린 의재 허백련은 단순히 그림에만 몰두한 화가만은 아니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 후 피폐된 농촌중흥을 위해 농업기술학교를 설립, 지도자를 육성하는데 힘써왔고, 한편으로는 애천(愛天)·애토(愛土)·애인(愛人)이라는 삼애사상(三愛思想)을 제창하기도 했다. 또한, 무등산 기슭의 차밭에서 재배한 차를 ‘춘설차(春雪茶)’라 이름 짓고 “우리 민족이 차를 마심으로써 정신을 맑게 하고, 맑은 정신으로 판단하여 실천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며 차문화 보급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때문에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의재미술관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등산 입구로부터 약 20여분 천천히 산자락을 오르면 계곡을 옆에 끼고 조심스레 미술관이 드러나며, 미술관 뒤편으로는 무등산 춘설 녹차밭이 있고, 그 앞에는 의재 선생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춘설헌과 의재묘소 등이 있다. 등산로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관풍대는 사람들을 위해 의재 선생이 마련한 만남의 장소로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쉬며 춘설차를 마시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친숙한 자리가 됐으며, ‘차를 마시며 정신을 맑게 하고 맑은 정신으로 판단하라’는 의재의 조언이 자연스레 전파되고 있다.

한편 의재미술관은 노출콘크리트와 목재, 유리로 마감한 현대식 건물으로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조성룡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종규 교수가 공동으로 설계하고, 삼능건설이 건축한 조형물이다. 의재 선생의 작품과 무등산의 조화를 건축물에 담아냈다는 점 때문에 2001년 10월 19일 광주에서는 유일하게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건물이기도 한데, 고암 이응노 기념관의 간결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미니멀한 미학과 매우 닮아있다.

 

 

 

 

 

 

 



개관 10주년, 남도화단의 정수를 이끈다 
2001년 개관한 의재미술관은 허백련으로부터 탄생한 한국 남종화의 맥을 잇는 동시에, 선생의 예술세계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다양한 기획전시와 국제교류, 교육프로그램 등을 펼쳐왔으며, 2011년 개관 10주년을 맞은 의재미술관은 ‘수묵, 아름다움을 비추는 또 하나의 창’이라는 주제로 개관 10주년 3부작 수묵화 특별기획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의재미술관 관계자는 “의재미술관이 지난 10여년 간 의재 선생의 화의와 남종화의 맥을 알리고 공유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발전방향과 변화를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작년 특별전은 동양과 서양이 미적 시각 가운데 도양미학의 대표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수묵정신에 착안해, 근대 이후 서구 문화를 무분별하게 수용해 오는 과정에서 비롯된 물질과 정신의 불균형 현상을 반성하고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써 기획됐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최덕인, 박문수, 백현호 등의 전통수묵화가와 박병춘, 서은애, 이현열, 설박 등 떠오르는 현대 수묵화가들의 대표작이 전시된 10주년 특별전은 화단으로부터 중년화가와 신진화가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전통수묵화단의 변화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평을 얻은 바 있다.

 

 

 

 

 

 

 




한편 의재미술관은 의재문화유산의 보존, 계승과 남종화의 전통유지, 삼애사상에 입각한 향토문화의 발전 및 개발을 목적으로 1998년에 설립된 의재문화재단(이사장 허달재)이 설립한 미술관으로, 의재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문화, 교육, 공연기획, 출판 등 다양한 문화예술진흥사업과 맞물려 미술관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때문에 재능 있는 신진작가 발굴·양성을 위해 의재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의재 창작스튜디오와 광주광역시립 미술관의 양산동, 팔각정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 등 6개국 31명이 함께하는 창작스튜디오 연합전시가 의재미술관을 중심으로 지난 2007년도에 개최되는 등 남도화단의 중심에서 역량을 확대해 오고 있다.

무엇보다 딱딱하고 벽 높은 현대미술관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지난 2010년에는 의재문화투어를 기획해 ‘길 위에서 만나다’라는 주제로 일반시민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탐방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대부분 의재 허백련이 강조한 차문화 확산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으며, 참여객들은 춘설차밭과 의재 묘소를 둘러보고 차공장과 춘설헌에 들려 차를 만드는 과정과 다도를 배우는 체험을 진행했는데, 참여자들의 큰 호응으로 ‘광주광역시 청소년 육성기금 우수프로그램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5일수업제를 기해 토요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의재미술관은 ‘나도 의재할아버지처럼(나만의 화첩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린 학생들이 한국화의 종류와 기법을 익히는 동시에 의재 허백련이라는 화가를 배우며 애향심을 키울 수 있도록 맞춤형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곧 광주문화재단(대표이사 노성대)에서는 광주의 자연·문화자원을 발굴해 상설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무등산의 사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등산 명차인 춘설차 따기 체험을 비롯해, 의재 유적 투어, 한국화 그리기를 포함한 과거시험 체험, 탁족 체험 등 전통문화를 현대화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한다고 하니 의재 허백련과 미술관을 중심으로한 독자적 상품개발에 주력하는 지자체의 끊임없는 시도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광주문화재단(대표이사 노성대)은 광주의 자연·문화자원을 발굴해 상설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올해부터’무등산의 사계’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의재미술관 관계자는 “예술이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누려야 더 빛을 바란다는 의재 허백력 화백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중앙집중적인 문화예술향유의 형태를 지역 곳곳으로 확장시키고자 의재미술관이 그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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