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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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6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5.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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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기념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 사진제공 : 이응노의 집

 

 


지역의 공립 미술관은 해당 지역의 미술문화를 갈무리해서 보존, 보전하는 상징적인 미술문화기관으로 지역 미술인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문화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근대화의 거장인 고암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욕구를 충족시키고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 기획취재에서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의재(허백련) 미술관과 저지예술인마을·제주현대미술관의 운영사례를 통해 한 화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미술관이 어떤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응노 생가기념관의 교육프로그램 구상, 미술관 독자상품 개발, 창작스튜디오 운영 등에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울러 미술관의 성공이 외지관광객의 유입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미치는 과정과 파급효과 등 이응노 기념관의 활성화를 통해 홍성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1. 미술관, 열린 마음으로 주민과 소통해야-환기미술관의 ‘부암동 아트프로젝트’
2. 박수근 미술관 개관 10주년, 이응노 기념관의 미래를 엿보다
3. 대한민국 1% 흑자경영 공립미술관 -제주도의 ‘이중섭 미술관’
4. 마을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 그리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
5. 남도의 다향과 미술문화를 한 눈에, ‘의재 미술관’
6. 이응노 기념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7. 이응노기념관 활성화해 지역문화예술의 본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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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렇다 할 미술관이 없었던 홍성에 조성된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근대화의 거장인 고암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욕구를 충족시키고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조성룡, 유홍준, 김학량 교수 등 국내 건축·미술사계에서 이응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기념관의 건축과 전시디스플레이를 맡아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미니멀한 건축물은 각종 매체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홍성군민들이 이응노 생가기념관에 걸고 있는 기대는 크다. 대전의 이응노미술관과 차별화해 대내외적으로 홍성을 홍보하는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응노 생가기념관’이 인간 이응노 화백을 기리는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주민들의 삶에 먼저 융화되고,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이끌어내 전반적인 지역사회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야 할 것이다.

한편, 이응노생가기념관의 초대 명예관장으로 한국미술사학계 회화사 연구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명지대학교 이태호 교수가 위촉돼 향후 이응노기념관의 위상정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세계에 반해 줄곧 고암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던 동국대학교 김학량 교수가 전시기획을 맡고, 전 문화재청장이자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인 유홍준 교수가 이응노생가기념관의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미술계 저명인사들의 참여는 이응노생가기념관의 활성화를 통한 문화도시로써 지역브랜드 구축이라는 대의달성에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미술을 알리는 교육의 장 
초대 명예관장으로 위촉된 이태호 교수는 “영광스럽지만 부담스럽기도 한 자리임이 틀림없다”며, 전화인터뷰의 포문을 텄다. 이 관장는 “사실 본격적으로 고암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은 없지만, 가끔 그에 관한 글을 써오곤 했다”며, “생가지에 들어선 기념관이 홍성군민들에게 먼저 익숙한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윤후영 학예사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이태호 명예관장


무엇보다 이 관장은 침체된 한국미술의 도약을 이끄는 중심지로 이응노기념관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이 관장은 “이응노의 집은 기념전시관으로 맡은 바는 물론 고암을 기리며 고암을 좇아 전통 수묵화의 현대화를 시도하려는 교육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교양 강좌나 대중 예술 교육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 미술 교육과 청년 작가의 발굴에 앞장 설 것이며, 고암과 홍성을 전 국민에 알리고 세계화할 기획전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는 교수는 최근 미술계에서 소외받고 있는 전통 수묵화의 침체된 위상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응노의 집’이 한국 전통 회화를 다시 살리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성군민에게 이응노기념관이 어떠한 의미로 자리 잡길 원하냐는 질문에, 이 관장은 “많은 지방미술관이 지역민과 격리된 채 그들만의 고립된 공간으로 전락한 사례들을 경계해야 한다”며, “홍성군민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며 편안하게 쉬고, 즐기고, 생활하고, 공부하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이응노기념관이 전국적인 기념관이 될 수 있고, 그래야 세계적으로도 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술관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의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 관장은 “사실 많은 지자체에서 미술관을 관광자원의 일부로 활용해 경제활성화를 꾀한다고 하지만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개인적으로 지방의 미술관은 경제활성화 측면보다는 문화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미술관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동양의 미학으로 서양의 논리를 다룬 화가, 고암 
이응노 기념관의 전반적인 전시기획은 김학량 교수는 현재 고암 이응노의 작품세계를 두고 박사논문을 준비 중에 있다. 학부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고암앓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학량 교수는 “고암은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 몹시 부지런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배들의 얘기를 빌리자면 고암은 새벽부터 자기 직전까지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일을 쉬지 않았다. 재료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쉼 없이 그림을 그리고 무엇이라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러한 행동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몸으로 태어난 천상 예술가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암은 낯설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수월했던 사람이었다. 예술가들이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과감함이 있다”고 조심스레 평가했다.

전반적인 기획의도에 대해 묻자 김 교수는 “딱히 계획한 것은 없다”며, 짐짓 한껏 여유를 보였다. 김 교수는 “대전의 이응노 미술관처럼 다수의 걸작을 소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타 기획전처럼 여러 가지 작품들 중 주제를 정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고려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이응노 기념관의 특징을 다수의 습작과 스케치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응노 기념관이 고암의 고향에 들어서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보다 창작활동의 모태가 된 국내활동기간에 초점을 맞추었다”며, “향후 기념관의 역할이 무척이나 많다. 무엇보다 자료를 충실하게 수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암 이응노는 20세기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누구보다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동시대의 작품들보다 중요한 성과를 배출했다. 김학량 교수에 따르면 “1950년대 후반의 한국미술계는 전통화단에 서양화의 기류가 폭포수처럼 흘러드는 변화의 시기였다”며, “당시의 대부분의 화가들은 전통의 제도에 주눅이 들어 현대적인 감수성을 받아들이는 것에 게을렀고 안목도 없었다지만, 고암은 달랐다.

이상범과 변관식 등이 정통산수화를 근대화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고암은 근대화를 한국적으로 현대화시키는 것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인들은 ‘동양의 미학으로 서양의 논리를 갖고 논 화가’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전통의 지필묵을 이용해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사람이 고암 이응노 였다는 것이다. 고암의 고향이 홍성이고, 기념관은 고암의 삶과 예술을 오롯이 담아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었다.

성패는 ‘문화소비자’ 발길에 
이응노생가기념관의 개관준비에 깊숙이 관여하고, 현재는 기념관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된 유홍준 교수는 강원도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의 초대명예관장이기도 했다. 유 교수는 박수근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제1회 강원문화포럼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

“지역의 미술관을 위해 이제 군민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번 찾아가 주는 일이다. 문화는 생산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창출해낸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얼마만큼 찾아가 주느냐에 지역 미술관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개관 7개월째를 맞이한 이응노생가기념관의 앞날은 바로 홍성군민들에게 달려있다는 말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주민들이 노력으로 다듬어지고 만들어지는 미술관을 상상해보자. 대전의 이응노미술관과 예산의 선미술관, 홍성의 이응노생가기념관으로 나뉜 고암 이응노의 역사를 홍성에 모을 수 있는 가장 큰 역량은 지역주민들의 애착으로 발현될 수 있음이 자명해 보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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