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역 폐건물, 지역의 새로운 문화·창업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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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역 폐건물, 지역의 새로운 문화·창업 공간으로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4.1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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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가치를 담다 〈1〉
1974년에 지어진 광천농협 폐창고는 복합문화공간 ‘잇슈창고’로 리모델링 중이다. 

홍성지역 폐교나 폐건물·폐산업시설, 활용문제 현안으로 대두돼
도시와 공동체 살리고 활기 되찾게 하는 노력 다양하게 펼쳐져
광천농협 폐창고,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 ‘잇슈창고’ 재탄생
폐건물, 폐산업시설, 가치의 재평가 바탕으로 문화예술공간 조성 

 

전국의 농어촌 지역에 늘어나고 있는 빈집을 비롯해 폐교(廢校)나 폐건물 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화 물결을 따라 살기 편한 도시로 떠난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폐교의 경우 열악해진 농어촌의 현실과 맞물린 교육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극복하려는 논의만 분분할 뿐, 좀처럼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폐교를 지역의 새로운 문화 창구로 새롭게 단장시키려는 시도는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폐교시설을 지역의 문화시설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교육지원청과 지역의 관계자들이 두루 참여하는 ‘협의회’ 등을 구성해 운영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홍성지역의 경우도 폐교나 폐건물 등의 활용문제는 지역의 현안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폐교와 폐 농협창고, 폐 보건소, 폐 정거장 등 농어촌의 인구 감소로 없어지거나 새로운 시설이 생겨 이용가치가 사라진 유휴시설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지역주민들의 사회 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곳이다. 특히 폐교는 대부분 중심 지역의 좋은 터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폐교나 폐건물 등은 방치하기 아까운 지역의 소중한 자원이지만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거나 관리비용만 늘어나고 있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농어촌 지역의 빈집, 폐교나 폐건물 등의 유휴시설을 되살려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시설들을 지역주민의 문화시설, 체험학습장, 수련원, 캠핑장 등의 시설로 재탄생시켜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역사박물관’으로 조성된 장곡초등학교 반계분교.

■ 폐교 재산 활용 촉진 위한 특별법 활용
특히 학교는 지역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이며, 추억이 묻어 있는 곳으로 폐교 활용은 문화 체육시설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폐교 활용을 두고 지역주민 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지난 1999년에 ‘폐교 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2019년 8월에는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르면 폐교는 특별시·광역시·도, 특별자치도 교육감이 실태조사와 유지 보수를 위한 관리계획 등 활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폐교는 △교육용 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로 활용하려는 자 또는 소득증대시설로 활용하려는 지역주민에게는 그 폐교재산의 용도와 사용 기간을 정해 수의계약으로 대부 또는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폐교는 비용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정한 활용 용도에 부합돼야 한다. 지난 2019년 통과된 일부 법 개정안은 사용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교육용 시설의 범위에 야영장을 추가했으며, 또 폐교를 귀농어·귀촌 지원시설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폐교재산법에 따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 폐교 활용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으로 폐교재산에 대한 수의계약 대부 또는 매각, 사용료 감액, 무상대부 등 특례 적용 대상이 폐교가 소재한 지역의 농업법인, 어업법인, 농업협동조합, 어업협동조합과 어촌계까지 확대돼 폐교재산 활용과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최근에는 폐교시설을 이용해 지역의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또 귀농·귀촌인의 집으로, 창작공간이나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흉물스럽고 지역의 골칫덩어리인 폐교와 농촌 유휴시설을 잘 활용해 농촌체험마을로 육성하고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 공간으로 거듭나 지역발전의 구심점 역할로 변신하고 있다. 폐교가 지역공동체의 구심 역할을 이어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강구돼야 ‘다시 돌아오는 농촌’의 실현이 가능하다. 빈집이나 폐교, 폐건물 등을 활용해 도시와 공동체를 새로 살리고 활기를 되찾게 하려는 노력이 이처럼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인구 감소와 젊은 층의 도시 이동 등으로 도시의 공동화와 빈집이나 폐교, 폐건물 등의 증가는 필연적이며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합문화공간 ‘잇슈창고’로 리모델링 공사전(외부) 모습.

■ 폐건물·폐창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10%인 302만 가구가 빈집이 된다고 한다. 깜짝 놀랄만한 숫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빈집이 100만 가구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빈집 300만 시대는 분명 또 하나의 골칫거리다. 분명한 것은 빈집이 오히려 도시와 지역 재생의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그렇다. 과연 인구 쇼크의 결과물인 빈집을 잘 활용해 ‘비즈니스 성공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도전의 기회가 아닐까.

폐 산업시설을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건물로 생각하면 기능을 잃고 버려진 건축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폐 산업시설에는 오랜 시간 동안 지역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면서 형성되고 축적돼 온 역사적, 사회·문화적인 가치가 잠재돼 있다. 시대의 흔적이 내재돼 있는 폐 산업시설은 산업화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에게 과거의 경험을 전달해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시설은 오랫동안 해당 지역 내에서 경제적 거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전기 등의 각종 인프라가 이미 완비돼 있다. 또한 입지면에서도 대체로 도시의 중심부나 주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적절하게 변경해 활용할 경우 지역 재생의 거점으로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방치된 산업시설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부식된 기계설비나 오염된 폐수, 각종 폐기물 등이 정화되고, 산업시설이 문화시설이나 공원 등으로 재생될 경우 살아 있는 환경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폐산업시설의 가치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도시개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 의해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에 중요 역할을  수행했던 산업시설 중 기능 상실과 노후화된 산업시설은 도시의 흉물로 철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산업구조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기능 부여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잇슈창고’로 리모델링 공사전(내부) 모습.

홍성군은 1974년에 지어진 광천농협 폐창고 3동(연면적 1152.58㎡, 건물 1152㎡)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 ‘잇슈창고’로 재탄생한다. 잇슈창고는 창업, 창작, 전시, 공연, 촬영스튜디오, 영화관람 등을 할 수 있는 청년창업 공유 공간과 레스토랑 등으로 꾸며 지역민의 문화·예술·교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내 자연 놀이터도 조성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동육아, 스터디, 아동·부모들의 북카페 겸 스터디룸으로 운영하고, 지역의 맞벌이부부, 한부모 가정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유료 야간돌봄 놀이 서비스도 지원하고 홍성을 찾는 청년들이 쉬어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홍성 청년들의 지역착근형 창업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오는 4월 29일, 리모델링을 마무리하고 문을 연다.

광천읍의 폐교인 대평초등학교는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코스모스 축제와 작품전시회 등이 열리며 도시재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다. 또 장곡초등학교 반계분교의 경우 충남도교육청과 홍성교육지원청 주관으로 ‘학교역사박물관’으로 조성, 충남도내 폐교의 간판이나 사진, 학교에서 쓰였던 각종 집기들을 비롯해 학생들의 학적부와 같은 기록물 등을 한데 모아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이응노 기념관으로 알려진 홍천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마을창고는 도서관이 됐고 빈집은 공방 등 예술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도시의 문화적 재생에 대한 요구와 폐건물, 폐산업시설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바탕으로 조성된 문화예술공간은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지역발전의 거점 공간이 되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는 중요한 존재였던 폐산업유산들이 더 이상 골칫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도시 성장의 주역이었고, 인간의 역사와도 연계돼 있는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복합문화공간 ‘잇슈창고’로 리모델링 공사중인 모습.
복합문화공간 ‘잇슈창고’로 리모델링 공사후 모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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