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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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2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09.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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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생명을 살리는 착한 기업-청주 생명살림 올리 이혜정 대표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대책의 대안으로 각광받으면서 국가는 물론 지자체마다 사회적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양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사회적기업이 우리의 사회적 문제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척박한 토양에서 창업만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사회적기업의 부실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따뜻한 선진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사회적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전국 우수한 농어촌 사회적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어떻게 해야 농어촌 사회적기업이 대안경제의 하나로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주민이 모두 주인인 마을기업…홍동면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2. 나눔·공동체·친환경·일자리까지…청주 (주)생명살림 올리
3. 이웃에게 작은 희망을 돌려주는 사람들…시흥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
4. 계약재배·일자리 창출, 농촌재생 기여…강화 ‘콩세알’
5. 주문자와 생산자가 함께 먹는 ‘사회적 유통’…남원 새벽영농조합법인
6. 흙·농촌·환경 살리는 농업기업…괴산 ‘흙살림’
7. 사회적기업의 정착을 위한 대안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올리 이혜정 대표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생명살림 올리’는 작지만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올리’라는 이름 속에는 ‘모두를(ALL) 이롭게(利)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담은 올리에서는 콩비지로 만든 햄버거를 판다.

본래 이혜정 대표는 청주YWCA에서 환경이나 마을 조직과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대학에서의 YWCA 활동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했으며, 전국 대학과의 연합 활동은 보다 넓은 세상, 바른 사회를 향해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 교육활동에 몰두하다가 공동체 활동을 하고 싶어 두레와 간디를 기웃거리기도 했다는 이 대표는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일하면서 여성직업, 일자리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5년부터는 60여명이 모여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 친환경적인 의식주 생활을 만들어가기 위한 ‘민들레 워커스 콜렉티브’를 만들었다. 이 모임에서 청주에서 생산된 콩을 이용해 직접 만든 두부를 공동구매 방식으로 나누던 중, 버려지는 콩비지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콩비지 버거’다.

콩비지로 만든 버거이다 보니 처음에는 아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여러 차례 시식과 설문조사 끝에 현재의 메뉴가 나왔다. 올리에는 올리버거, 올리계란버거, 올리치즈버거, 해물라이스버거와 이미 햄버거의 고기패티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을 위해 돼지고기를 첨가한 ‘스테이크버거‘도 출시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올리 매장은 버거를 비롯해 제철 생과일주스, 유기농커피, 우리밀로 끓인 라면, 카레와 해물볶음밥 등 제법 식당으로써의 모양새를 갖췄다. 쿠키, 와플 등 간식류도 제공한다.

“청소년들은 우리 햄버거를 먹으면 맛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고기패티에 익숙해 올리버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먹거리 교육과 시식회를 같이 하고 나면 올리버거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 바른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길들여진 입맛을 바로잡는 것도 우리가 추구하는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이다”



■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다
2008년 4월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한 올리는 현재 7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저소득층, 이주여성, 여성가장 등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원래는 뜻이 맞는 몇몇 분들과 비지를 재활용하는 워커스 콜렉티브 형태로 가려고 했으나 워커스의 경우 생각과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일을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뜻이 안 맞으면 나갈 수도 있고, 힘이 들면 그만 두는 등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인 생산을 통해 소비자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려면 워커스보다 사회적기업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토로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으로는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업종이나 분야별로 지원이 다각화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사회적기업에 대해 과도한 관심과 지원은 고맙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는 기업인지 의문이 든다. 섣부른 기대와 섣부른 비판은 금물이다. 기업가의 경영 역량, 내부 종사자의 교육과 주체의식이 중요하다. 나의 소비가 나중에 어떻게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 고민해야 한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한 사회를 바꾸려면 여러 사업 주체와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올리는 이혜정의 기업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운영한다. 개인적으로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으로 소유하고, 사회적으로 운영하고, 사회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는 기업이라고 규정한다. 이 자산이 누구의 것이냐? 시민사회의 소유다. 따라서 올리는 각계각층의 생산자와 소비자 등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이사회를 열고 열띤 토론과 운영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




■ 사회적기업 꿈꾸는 사람 많을수록 희망도 커져
친환경, 로컬푸드의 정신을 지켜나가는 것도 올리에게는 만만치 않은 숙제이다. 친환경 재료를 이용하다보니 역시 공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이 올리의 모법인인 청주YMCA가 오랫동안 생협운동을 해 오면서 지역사회 생산자들과 관계를 잘 맺어 왔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올리는 새로운 생산자를 꾸준히 만났으며 지속적인 관계를 맺었다. 올리와 같은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건 시장보다는 먼저 사회관계망이다. 그러면서 올리는 먹거리 안전과 지역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올리를 운영하면서 후회한 적이 있다. 나름 사회운동가로서 명분을 갖고 살아왔는데 가끔 내가 장사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 사회적기업가가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 방향이라면 나중에 일반기업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 못 믿을 것이 ‘사회적기업가’라고 말하곤 한다. 경영을 하다 보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처음에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어찌어찌해서 타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역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 대표는 요새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섣부른 판단과 결론을 내지 말 것을 조언했다.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참신한 젊은이들이 지역과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재미난 세상을 위해 즐거운 상상으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길 바란다. 마치 사회적기업이 불쌍한 사람들, 취약계층을 위한 기업이라는 인식,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은 별루다”



올리에는 지역에서 나는 제철 먹거리과 안전한 친환경 먹거리의 소중함과 함께 공동체 운동, 재활용의 정신, 나눔의 정신, 여성의 건강한 사회적 일자리,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까지 전부 담아내고 있으니 이름처럼 ‘모두가 이로운 기업’임에는 분명하다.

“인건비 지원이 끊어지면서 바로 문을 닫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지역의 격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삶의 모습이 일하기 전후가 달라졌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특히 직원교육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편이다. 더 나아가 우리 직원들이 하나씩 올리 매장을 만들어 나가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아직은 홀로 서는 것조차 조금은 버겁지만 건강한 사회,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는 올리의 이혜정 대표와 직원들의 앞날에 밝은 희망이 비치길 바란다. 땅과 생명을 살리겠다는 올리의 근본 가치가 지역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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