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도랑살리기‘샛강 정비사업’…생태하천살리기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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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도랑살리기‘샛강 정비사업’…생태하천살리기 모범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4.09.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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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녹색도시의 시작 자연형 하천복원 ⑤ <스위스 투르강>

투르강 정비 홍수예방·수생태계 복원
동·식물·조류 출현, 종 다양화 이어져

 

 

 

 

직강하 하천제방(사진 왼쪽)을 헐고 강물이 흘러갈 공간을 만들어 은빛 모래 반짝이는 자연의 강으로 되될린 스위스 투르강.

한국과 지형이 비슷한 스위스에서도 현재 하천 복원이 한창이다. 지난 2011년 제정된 ‘하천보호법’에 따라 향후 수십년간 총 4000㎞의 하천을 자연상태로 복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복원된 하천 구간도 400㎞나 되는데, 가장 돋보이는 프로젝트는 인간과 자연을 위한 생태하천 살리기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투르강 복원과 정비사업’이다. 투르강(Thur River)은 취리히, 투르가우, 장크트갈렌 등 스위스 주요 도시를 거쳐 라인 강으로 유입되는 길이 125㎞의 중형 하천이다.

총456개의 지천이 연결되거나 관통하고 있으며, 총 유역의 면적이 1695㎢에 달한다. 투어강은 지형적 특징으로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폭우 시 빗물이 쉽게 빠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홍수가 나면 피해가 엄청났다. 19세기 이전에는 홍수피해 지역에 대한 도시화와 개발 등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개발과 도시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홍수피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투르강은 1849년, 1852년, 1876년 세 차례의 대홍수 피해를 입으면서 본격 정비사업에 착수했다. 1874~1895년까지 20년 동안 투르강 주변 지방정부는 홍수에 대비 유입수를 빨리 배출하기 위해 인공호안과 인공제방 등을 통한 대규모 하천직강화 사업을 실시했다.

직강화 공사 이후 갑자기 토사가 많이 쓸려 내려와 쌓이자 강물이 넘쳐나며 홍수가 증가하면서 이후 제방강화 공사와 홍수의 힘겨루기 역사가 시작됐다. 1965년, 1977년과 1978년 대홍수가 연달아 일어나며 곳곳에서 제방이 무너져 내리자 스위스 정부와 국민은 하천정책을 바꿀 필요성을 절감했다.

투르강 복원사업은 1983년부터 제1차 투르강 정비사업이 실시됐다. 1차 사업의 긍정적 효과가 원동력이 돼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는 ‘트루컨셉 2002’라 명명된 프로젝트를 제안, 현재 관련 사업이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제2차 복원 및 정비사업은 2001년부터 2070년까지 180㎞ 구간에 대한 완공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제1차 사업 이후 문제점도 드러났다.

하상의 침식이 증가해 기존의 제방이 위협을 받고,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시 강우빈도가 높아졌으며, 빠른 유속으로 인한 하상침식(투르강 하상침식 연간 약 1만2000㎢에 달함)은 하천의 수위와 주변 지하수 수위를 낮춰 지하수 식수 사용자에 대한 안정적 용수공급이 문제로 대두됐다.

결과적으로 하천의 생태적 회복 측면에서 직선형 하천의 문제점의 부각과 인공호안과 넓은 고수부지로 인한 하천 수생태계와 하천변 식생간의 단절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 통합적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완공된 구간들은 성공적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고 주정부관계자나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제2차 정비사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홍수방지와 생태성 회복이다. 이는 지역주민 및 자산보호, 역사경관 보호를 위하여 홍수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주된 실천방안으로는 강폭 확대를 통한 홍수방지대책을 표명했다. 또 생태성 회복을 위해 하천의 역동성 회복, 하천의 어류서식 공간의 개선, 수생태계와 강변지역 생태계간의 연계성 강화, 투르강변에 대한 생태어메니티 공간 조성, 지하수 수량 및 수질확보가 강조됐다.

투르강 복원은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플랜’과 마찬가지로 강이 자유롭게 흐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강을 좁게 가두었던 직선형 인공 호안을 철거해 강기슭의 자연스러운 침식을 유도했다. 그러자 강은 넓게 펼쳐져 구불구불 흐르며 여울과 소 등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냈다. 강폭이 넓어진 결과 비가 많이 와도 유속이 빨라지지 않아 홍수방지 효과는 월등했다. 강변 생태계도 회복됐다.

150여년 전 멸종된 것으로 보고된 조류도 되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복원된 투르강은 시민들의 생태체험공간이자 휴식공간이 됐다는 것이 취리히주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르강 복원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였다고 전한다. 강물이 범람하며 흐를 수 있게 하려면 강변 땅을 확보해야 하는데, 강변에는 이미 사유지가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국가에 빼앗긴다고 느낀 땅주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방내의 사유지에 대한 직접 현금보상은 물론 제방 밖의 국유지를 활용, 대토보상 개념의 보상을 동시에 실시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투르강 인근 주민의 협조와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프로젝트 초기 주민과 환경단체 등 주요 관계자와 투르강의 미래상을 공유했고, 지역주민과의 협력은 물론 투르강이 관통하는 모든 지방정부간의 협력 또한 성공의 필수조건임을 인식하고 지방정부간 협력을 약속하는 매니페스토를 제작, 모든 지방정부가 공유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주요 하천관련 주요지침을 만들었으며, 현재도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서로의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과 문제점을 공유함은 물론 상호협력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투르강이 관통하는 모든 지방정부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친환경도시 취리히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지만 당시 취리히호수는 직물공업이 전파·보급되는 교통로였다. 따라서 호숫물은 오염으로 얼룩졌다. 19세기 후반부터는 라인강의 수력발전을 이용한 중화학공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취리히는 또다시 그 중심에 섰다. 세계적인 기계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20세기 초에는 도시 전체가 중화학 공장지대로 변모했다.

금융도시로의 변신도 이때부터 시작됐지만 그렇다고 공업중심지로서의 역할이 끝난 건 아니었다. 이런 역사를 보면 공업도시 취리히가 걸어온 과정은 세계 여느 대도시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정리하면 이런 식이다. 사람이 모여들고 돈이 모이면서 도시가 커졌고 산과 들은 깎여나갔다. 그 자리엔 공장과 주택이 들어섰다. 사람의 손을 탄 하천과 호수는 더러워졌고 또 메워졌으며 콘크리트로 덮였다.

하천 위로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섰다. 그렇게 썩어버린 도시가 친환경도시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년 전부터다. 1985년 취리히 도심 한복판의 개천을 덮고 있었던 복개 콘크리트 150m가 뜯겨나간 것을 시작으로 환경복원, 특히 하천을 되살리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취리히호수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도 환경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었다.

 

 

 

 

 

 

투르강 직강하 제방을 헐어 자연의 강으로 되돌리는 스위스 투르강 공사현황.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학자,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천 문제, 환경오염 문제 등에 대한 반성이었다.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취리히호수, 리마트강, 질강을 포함한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복개하거나 없앤 소하천을 되살리는 것, 대기오염의 주범이던 중화학공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이 중요한 과제였다”는 것이 취리히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1987년 취리히 주정부는 토목기술자와 생물학자, 조경설계자로 구성된 15개 도시리모델링 그룹을 만들었다. 하천 활성화, 생태보전학적 관점과 경관을 고려한 주거환경 개선, 하천의 범람 방지를 위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628개 하천이 연구대상 하천으로 선정됐다. 하천의 총연장은 자그마치 563㎞에 달했다. 공사는 하천을 덮은 도로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원래의 하천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풀 한 포기 살 수 없게 만들어졌던 하천 바닥과 경사면의 콘크리트도 모두 제거됐다. 대신 그 자리에는 흙과 자갈이 깔렸다. 하천의 폭이 확대됐고, 사행하천으로 조성함으로써 홍수위를 낮추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하상침식이 저감됐다. 자연스럽게 강 내부의 퇴적이 생기기 시작했고, 주변지역의 지하수위도 더 이상 저하되지 않고 유지됐다.

또 사라졌던 다양하고 새로운 동식물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복원작업이 끝나고 몇 년이 흐르면서 복구된 개천에는 물고기가 돌아왔고 어종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다양성을 보이기도 했다. 수초에는 잠자리 등 곤충들이 알을 낳았고 서식처로 삼았다. 자연은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살아났다.

결론적으로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스위스가 투르강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성과는 생태성 회복이다. 이를 통한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어울리는 조화, 사람을 위한 진정한 하천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홍수대책 법으로는 WBG(수문건설법)이 있다. 이

는 기본적으로 홍수 피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되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를 보호하고, 수질오염원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면 행정당국의 정책적 노력과 주민들의 합의와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충남과 홍성지역의 홍수방지와 생태계 회복, 주민들의 이용편의성 등을 위한 도랑살리기, 하천복원 및 정비사업 등의 추진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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