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예방·생태하천 복원·휴식 공간…일석삼조 거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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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예방·생태하천 복원·휴식 공간…일석삼조 거두다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4.10.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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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녹색도시의 시작 자연형 하천복원 ⑦
스위스 취리히 호수에서 시작돼 도심을 흐르는 리마트강이 끝나는 지점에 보가 설치돼 있고(사진 왼쪽), 이 지점에서 자연하천인 질강(사진 오른쪽 하천)과 만나 라인가으로 흐른다.
스위스 취리히 호수에서 시작돼 도심을 흐르는 리마트강이 끝나는 지점에 보가 설치돼 있고(사진 왼쪽), 이 지점에서 자연하천인 질강(사진 오른쪽 하천)과 만나 라인가으로 흐른다.

자연에 가까운 형태의 근자연형하천공법 시행
하천정비 생활하수관과 개천을 분리하는 방식


스위스는 자연에 가까운 도시 소하천 조성을 위해 자연석과 들풀, 야생화 등을 심고 소하천을 따라 숲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과 도심을 연결하는 길을 만들어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하천주변에 소규모 하천처리장을 건설해 건천화를 방지하고 있다.

취리히에서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여개 이상의 크고 작은 하천복원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완수했다. 더 나아가 하천보호의 미학적 관점, 자연에의 근접성, 안전성까지 하천정비 설계에 가미하고 있다.자연형 하천 공법은 스위스와 독일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1970년대 초에 일기 시작한 환경보호 운동과 맞물려 하천 공사도 하천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공법을 자연에 가까운 형태의 공법이라는 의미에서 ‘근자연형하천공법(Naturnaher Wasserbau)’이라 불렀다. 이러한 근자연형 하천 공법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1987년 시행된 스위스 취리히의 하천 활성화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토목기술자, 생물학자, 경관설계자 등으로 15개 그룹을 조직하고 628개 하천 총 길이 563km를 개선했다. 지난 200년 동안 스위스에서는 많은 하천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그로 인해 홍수 조절, 토지이용 증가, 안전한 사회기반 구축 등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최근 과거의 사업들과 관련해 몇몇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기존의 하천정비 사업은 생태계의 서식지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돼 매우 단조롭고 일률적인 하천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취리히는 지난 1989년 정책적으로 자연친화적인 강과 하천을 위한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5년 ‘물보호법’을 제정, 그동안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하천복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약 3600㎞에 달하는 수로들을 복원·관리하고 홍수조절기능 등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주민회와 그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는 400㎞의 큰 하천과 중소규모의 하천을 관리하고, 소하천은 주의 지시에 따라 지역주민회가 관리하고 있다. 하천정비 사업은 자연친화적인 복원이 이뤄져야 하며,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홍수조절 능력이 동반돼야 한다. 또한 경제·생태계·사회적 이념 등을 포함해 지속가능성을 고려, 진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스위스는 자연형 하천복원을 위해 버드나무 등을 이용해 저수로를 사행화시키면서 정비하는 생물학적 하천정비공법을 적용했다. 이를 위해 살아있는 버드나무를 직접 저수로에 사용하는 방법과 살아있는 나뭇가지를 죽은 나무 뒤에 식재하는 방법을 저수로의 수면과 닿는 부분에 적용하여 나무의 최적 성장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유수의 체류시간 향상, 강가에 그늘 형성, 수초의 번식으로 수온상승 억제, 수중생물과 육상조류의 휴식장소로 이용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홍수피해가 큰 취리히 질강에서는 주변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석재를 이용한 수제공법을 적용했다. 여러 개의 수제를 설치하여 견고한 호안을 조성한 결과, 수제의 배후는 완류부가 되어 하안이 보호되고, 물고기의 피난처 및 식생의 근거지로 이용되었다.

또한 수제를 이용하여 주위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또한 석재나 콘크리트를 이용하여 견고한 호안을 조성했고, 하천 인근에 인공유수지를 만들어 하천의 수위를 간접적으로 상시 측정했다. 한편 홍수시에는 유수지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 공법은 홍수가 강한 하천의 특성을 고려한 공법으로 하천의 통수 및 친수기능을 상호 보완하여 호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취리히의 하천복원공사는 하천을 덮은 도로를 걷어내고 원래의 하천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풀 한 포기 살 수 없게 만들어져 있던 하천 바닥과 경사면의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흙과 자갈을 까는 방식이었다. 동식물을 비롯한 물고기가 돌아와 살 수 있는 친환경적 생태공간을 만들기 위한 방식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취리히에서의 하천정비가 생활하수관과 개천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생활하수는 정화시설로, 계곡물이나 빗물은 개천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런 방법이 도입된 것은 우선 더러운 하수와 깨끗한 계곡물과 빗물을 한데 모아 하천으로 보내는 이전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러운 물과 만난 깨끗한 물은 곧 더러워졌다.

만성적인 하수처리장 용량 초과도 문제였다. 홍수 때는 하수처리장 물이 역류해 도심이 침수되기 일쑤였다. 수질정화 체계를 바꾸자 정화가 필요한 물의 양이 3분의 1로 줄었고 그만큼 비용도 줄었다. 하수처리시설의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됐다. 물론 이러한 방식에는 문제도 있었다. 일단 돈이 많이 들었다.

하천 1m를 복구하는데 1000만원이 넘게 들어갔다. 하나의 하천을 2개로 나눠야 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이다 보니 시간도 많이 소요됐다. 홍수대책까지 세워야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취리히는 주민들을 설득해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설명하며 “현재 취리히시에는 108㎞의 하천이 흐르고 있다. 44㎞가량이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데 그중 34㎞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지난 20여 년간 노력한 결과다.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취리히 도심에는 복원이 필요한 하천이 15㎞가량 남아 있다.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을 되돌리는 것은 취리히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취리히시 하천국 관계자인 베아르트 씨는 강조했다. 취리히시는 취리히호수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호수를 빠져나온 물은 리마트강의 시작이다. 이 강은 2km도 되지 않아 질강과 만난다. 취리히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는 리마트강은 반호프역 앞에 있는 스필츠 광장에서 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리마트강이고 다른 하나는 질강이다.
 

취리히 도심의 복개된 하천에는 복원 전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생태하천으로 복원 이후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취리히 도심의 복개된 하천에는 복원 전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생태하천으로 복원 이후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13~14세기부터 리마트강 주변에는 프라우뮌스터 성당, 그로스뮌스터 성당 등 성당이 들어섰고, 17~18세기에는 은행들이 들어서면서 금융·산업·문화의 중심지가 됐다고 한다. 취리히미술관인 쿤스트하우스, 오페라하우스, 시청, 시의회 등 도시의 중요한 건물들도 대부분 리마트강 주변에 자리 잡았다. 반면 질강 주변에는 비교적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들과 값싼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지나가다 보면 고치거나 보수가 필요한 낡은 집들이 더러 보인다. 취리히 도시계획국은 이 질강 주변의 노후한 건물들을 정책적으로 보수하고 있는데 재개발과 맞물려 진행했다고 한다. 이 부지에 학교, 은행, 노인을 위한 거주단지 등을 짓고, 나머지 40% 부지에는 개인 사업자들이 짓는 아파트를 조성할 방침이다. 리마트 강변과 맞먹는 주변 환경을 가졌으면서도 비싸지 않은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게 목표라는 얘기다.취리히의 하천 복개도 마찬가지다.

도심의 강으로 유입되던 소하천을 관리하는 것이 하천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위해 생활하수 분리부터 시작했다. 공사비용은 많이 들지만 한번 만들어진 후에는 효율적인 물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천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가 분리되면서 하천이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라 하겠다.

취리히의 하천복원 과정은 복개도로를 걷어내는 것과 함께 생활하수와 하천을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하수관로를 따로 내고 정화처리하여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원리는 우리나라의 한강과 비슷했다. 충청남도와 홍성군도 하천복원이나 하천살리기, 도랑살리기 등의 사업을 하면서 꼭 주목할 대목이다. 결국은 자연그대로인 모습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선은 사람이 자연과 친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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