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위기의 작은학교 특성화로 되살리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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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위기의 작은학교 특성화로 되살리자<2>
  • 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7.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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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꿈이 커가는 행복한 학교, 양도초등학교
양도초등학교의 계절학교 갯벌 체험 광경.

전교생 700여 명에 달했던 100년 전통의 학교, 기사회생
2011년 23명 남아 폐교 위기 5년 만에 학생 수 3배 늘어
본성교육·나다움 기반교육·자연교육·수요자와 소통협력
시골학교의 잠재력 주목 학교 살리기, 자연학교 프로그램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시골의 작은 한 초등학교가 최근 화제다. 양도초등학교(교장 이석인)가 주인공이다. 1908년 4월 1일 사립보창학교로 설립돼 1918년 4월 1일 사립흥천학교로 개칭됐다 1929년 2월 23일 양도보통학교인가를 받으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양도초등학교는 지난 2008년 개교 100년을 맞았다. 양도초는 독립운동가 이동휘 선생이 초대교장을 지낸 학교다.

이 학교는 한때 전교생이 700여 명에 달했던 100년 전통의 학교지만, 여느 시골 학교가 그렇듯이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들었고 2011년에는 결국 23명만 남아서 폐교 위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자칫 문 닫을 위기에 내몰렸을 때 학교를 살려낸 것은 바로 선생님들이었다. 자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학습을 펼치자 소문을 듣고 직접 체험을 해본 도시 아이들이 너도나도 전학을 오면서 학생이 늘어났다. 이렇게 5년 만에 학생 수가 3배 이상 늘어서 지난해에는 74명이 됐다가 올해에는 남학생 43명, 여학생 24명 등 전체 67명의 학생들이 100년 전통의 명문, 양도초등학교의 정신을 잇고 있다.

양도초등학교 전경. 운동장 한켠의 텃밭에는 고구마를 심었다.


■교사들의 의지로 시골 작은 학교 살렸다
하지만 109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는 자칫 사라질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고, 지금은 ‘자연 속에서 꿈이 커가는 행복한 학교, 양도초등학교’로 변모했다. 양도초등학교를 변모시킨 중심에는 지금의 이석인(59) 교장이 늘 함께 했다.

양도초등학교가 폐교대상의 작은 학교에서 학생 수가 늘고 사랑받는 학교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은 아이들 본성에 맞는 교육, 서열·경쟁이 아닌 함께·나 다움을 기반으로 한 교육, 자연을 통해 배우는 교육, 수요자(학생 및 학부모)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분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계절학교가 큰 몫을 하는데, 양도초등학교의 계절학교는 봄-풀빛계절학교. 여름-물빛계절학교, 가을-하늘빛계절학교, 겨울-눈빛계절학교로 사계절 마다 일주일간 운영되고 있다.

계절학교는(눈빛계절학교 제외) 재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학교의 외부학생이 위탁생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현재 오전에는 정규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다양한 체험학습이 진행된다. 계절학교에 참여한 위탁생이 양도초를 경험하고 전학을 오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부터 전학을 목적으로 계절학교에 참여한 경우도 있고, 체험만 하려다가 학교가 마음에 들어서 전학을 오게 된 경우도 있다. 전학을 올 즈음에는 몇 년 양도초를 경험한 후 다시 원래 살던 지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졸업 때까지만 다니겠다는 마음으로 바뀌고 그러다가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강화에 터를 잡고 사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수는 아니지만 양도초등학교가 강화지역의 인구를 유입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양도초등학교는 한때 학생 수 700명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골학교였다. 그러나 농촌 인구가 줄면서 다른 시골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 수가 계속 줄어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2011년 전교생이 23명까지 줄면서 교육부의 초등학교 존립 기준인 60명 아래까지 떨어진 것이다. 여차하면 2~3년 뒤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2010년 9월 공모를 거쳐 부임한 이석인 교장은 시골학교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하고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아이들이 학교를 둘러싼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아가는 ‘기본에 충실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일반 교과 과정 외에 ‘자연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도시의 다른 학교 학생들도 계절마다 1주일간 시골학교에 머물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강화도에 있는 유적을 들르는 한편 전통재래시장도 구경하고, 2박 3일간 자연을 걷는 도보백리를 기획했다. 아이들은 망둥이 낚시, 모내기, 순무김치 담그기, 곶감 만들기, 숲에서 놀기, 나들길 걷기 등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 체험에 푹 빠졌다. 그러자 소문을 들은 인근 도시에서 이 학교로의 전학이 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문제풀이와 교재 위주의 공부에 찌들었던 아이들의 표정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학생들간의 성적 경쟁도 덩달아 약화됐다. 달라진 자녀의 모습을 접한 도시 부모들은 계절마다 열리는 자연학교에 꼬박꼬박 신청하다 아예 전학을 결심했다. 서울은 물론 인천, 경기 지역 도시 학생이 꾸준히 전학하면서 23명에 불과하던 이 학교의 학생 수는 2013년 42명, 2015년 67명, 2016년 74명으로 계속 늘었다. 교육부의 폐교 기준을 가볍게 넘어섰던 것이다.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전래놀이.


■교장도 학생도 돌아오는 학교가 됐다
2014년 8월 임기를 마치고 인천시내 학교로 간 이 교장은 “서울과 인천에서 나를 믿고 아이들을 보냈는데 혼자 떠나 부담스럽다”며 지난해 2학기에 다시 양도초등학교로 돌아왔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사랑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며 “그것을 위해 아이들 본성에 맞고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고 밝히고 “시험과 경쟁보다는 아이들이 감성적으로 익히고 충분한 놀이가 보장된 적기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강화지역 몇몇 학교의 자연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즐기며 공부도 하는 프로그램이, 그것도 공립학교에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의 학생들의 참여가 늘고, 전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화지역 자연체험 학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양도초등학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폐교 대상의 작은 학교였지만 이석인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활기찬 학교로 변화했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양도초등학교! 그 비결은 무엇인지, 이석인 교장에게 들어봤다. 

▷양도초등학교를 대표하는 체험프로그램인 계절학교를 만든 계기가 궁금한데요?
“계절학교를 양도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하기 보다는 학교 마다 하는 텃밭 가꾸기, 자연친화적 체험학습들을 주기 집중적으로 했을 뿐입니다. 저는 자연친화적인 교육이 학령기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고, 또 양도초등학교 주변의 자연환경이 자연생태적인 교육을 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선생님들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게 되었지요. 사실 제가 한 것도 아니고 선생님들이 하셨습니다.”    

▷학부모들이 도시에서 강화로 삶의 터전을 바꾸면서까지 양도초로 전학을 왔는데, 어떤 매력에 이끌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학 온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도시의 경쟁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맹목적인 경쟁, 남과의 비교, 성과주의는 모두를 피곤하게 할 뿐 아니라 행복하지도 않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본교는 ‘서열 경쟁 안하기’와 ‘나 다움’을 교육과정의 기저로 삼고 있습니다만 그것보다도 작은 학교를 찾아서 우리 학교에 오셨으리라 봅니다.”

▷양도초는 계절학교를 비롯해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담긴 교육적인 가치는 무엇인가요?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자라나는 환경이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저의 어린 시절보다 못하다는 확신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람이 영아기·유아기·소년기를 거치면서 느린 성장을 하는 이유가 부모와 주변 환경으로부터 배우고 익혀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부모의 사랑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입니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을 철들었다고 우리 조상들은 말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오감을 통해 자연을 배워야하니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지요.”

▷자연체험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나요?
“아이들 얼굴이 밝아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학교생활이 재밌다고 합니다. 학부모님들도 도시에 살 때 보다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이 취재는 2017년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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