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맛 그대로 재현하며 6차 산업 이끄는 궁골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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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맛 그대로 재현하며 6차 산업 이끄는 궁골식품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0.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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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발효식품, 농업농촌 신혁신 모델 되다 <3>
궁골식품의 장독대 전경.

어머니 손맛 담긴 장 그대로 만들어 식탁에 올려주는 농업회사
매년 정월 장 담아 5월에 가르고 2년 숙성한 뒤 완성돼 상품화
전통 장에 대한 관심 높이려고 장 담그기와 체험프로그램 운영
궁골식품, 지역상생형 6차 산업화 성과 창출하는 충남 대표사례


논산시 대촌리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궁골식품영농조합법인(대표 최명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장을 그대로 만들어 우리 식탁에 올려주는 농업회사라고 하면 적절할 것 같다. 회사라고 해서 큰 기업이거나 웬만한 가공공장을 차려놓은 곳이 아니라 너른 평야지대 한쪽, 마을 뒷산과 앞이 확 트인 들판에 한낮의 햇살이 맑게 내리쬐는 자그마한 산자락 아래 평화로운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함께 장을 담그는 할머니들 모두가 평균 65세 이상이라고 하니 어머니의 장맛을 제대로 내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궁골식품영농조합법인의 모든 장류는 넓은 장독대에서 출발해 여덟 명 할머니들의 손맛에 의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또한 모든 원재료는 100% 우리 농산물만 고집하는 곳이기도 하며 무방부제, 무색소등 화학적 첨가물은 일체 넣지 않는다. 결국 최고의 장을 만드는 원재료는 콩이다. 논산지역에서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우리 콩을 옛날 그대로의 방법으로 가마솥에 푹 삶아내면서 전통의 맛은 시작된다.

우리 콩을 잘 삶아 제일 먼저 만드는 게 메주다. 이렇듯 궁골식품의 된장은 매년 지역에서 계약재배를 해 가을에 수매한 콩을 이용해 메주를 만들어 매년 정월에 장을 담아 5월에 장을 가르고 다시 1년을 더 숙성해 2년에 걸쳐 숙성한 뒤 완성된 장을 만든다. 장을 만들 때는 메주를 맥반석이 깔린 황토방에서 직접 띄워 만드는데, 햇빛에 비춰 뽀얗게 익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비법에서 역시 맛있는 장맛은 바로 햇볕이 좌우하는 법이다.

지역농가의 콩을 계약 재배해 수확한 햇콩으로 장을 담그고 있으며 천일염도 서해안에서 직접 가져와 1년 이상 묵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된장, 간장이 익고 있는 옹기마다 표찰이 붙여져 있다. 언제 만든 어떤 것인지 번호를 적어서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독에 둘러쳐진 금줄은 아기가 태어나야지만 걸어놓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장을 담그고 나서 금줄을 거는 것도 이미 오래된 풍습이다. 장을 담그고 금줄을 거는 이유는 장독이라는 것이 예로부터 신성한 곳으로 여겼던 조상들이 외부로부터 부정을 막기 위해서 였다고 전해지는데, 예전에 자식을 과거시험장에 보낸 어머니가 장독에다 물을 받아놓고 밤새 기도를 하는 것도 바로 장독이 신성한 곳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궁골에서는 장을 담그는데 있어서도 이처럼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장에 대한 정성과 마음가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장은 원래 더울 때는 더운 볕을 봐야 하고, 추울 때는 또 추운 볕을 봐야 전통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한다. 볕이 너무 뜨거울 땐 천을 덧대 장이 마르지 않게 하고, 추울 때는 항아리를 활짝 열어 자연의 맛이 깃들게 하는, 흙으로 만든 항아리 또한 숨을 쉴 수 있게 매일 닦아 주고 정성을 주어야 맛있는 장이 태어난다는 진리를 실천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뜨거운 여름 볕을 많이 쐬어 조금은 마르도록 하며 추운 겨울을 두 번이나 항아리에서 보내면서 장은 더욱 깊은 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궁골식품 농가체험 표지판.

■귀촌이 귀농이 돼 6차 산업 이끌다
궁골식품영농조합법인 최명선 대표는 전통 장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가마솥에서 삶은 메주를 맥반석 황토방에서 띄운 후 500여개의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장류의 6차 산업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논산의 특산물인 딸기를 넣은 고추장을 개발해 백화점에 납품하는 등 장류의 프리미엄 시장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 식품의 사업 다각화에도 열심이다. 실제로 최 대표는 된장·고추장·청국장 등 장류 생산뿐만 아니라, 즉석식품으로 시레기 된장국, 즉석 비빔밥, 청국장 분말 등을 생산함으로써 소스로 한정될 수 있는 장류를 다양하게 제품화해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3일 만에 숙성되어 나오는 청국장으로 냄새가 없고 담백한 맛이고, 싱싱한 햇콩을 옛날 방식으로 가마솥에 삶아 향토 방에서 발효시켜서 만들었다. 생 청국장은 냉동 되지 않고 갈지도 않은 생콩 그대로의 청국장이다. 생청국장은 ‘한국식 나토’라고 생각 하면 될 것이다. 일본식 나토는 콩에 종균을 넣어 만든 인공 발효 제품이나 한국의 청국장은 자연발효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전통 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장 담그기와 우리 음식 체험 등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주변 궁골마을과 연계함으로써 궁골식품을 통해 마을 소득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과 판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궁골식품을 이끄는 최명선 대표는 지난 2004년 논산시 상월면으로 ‘귀촌’했다. 농촌에서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그는 처음에는 농사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평소 오지랖 넓기로 유명했던 최 대표에게 힘들게 농사지어 싼 가격에 판매하는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그냥 치나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지역의 농산물을 소개·판매하면서 농업인들을 도왔지만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 대표는 2009년 마을주민들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고 장류 가공공장도 지었다. 장류 등 제품 생산은 그가 담당하고, 남편은 농사, 아들은 마케팅으로 업무도 분담했다. 귀촌이 농사 및 농산물 가공을 업으로 삼는 ‘귀농’으로 바뀐 셈이다. 초기에는 농산물 유통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빚만 늘어나고, 가공공장 건축이 지연되는 등의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 등에 소개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 나갔고, 지금은 연 매출 3~4억여 원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궁골식품은 제품 원료를 지역 농가로부터 구매한 것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연간 1억5000만원어치의 콩·고추·고구마·보리 등을 구매하는데, 시중가격보다 더 쳐준다. 이로 인해 지역 농가에 소득 증대와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늘의 궁골식품은 최 대표가 기울인 노력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 대표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도 매진했다. 식생활 트렌드의 변화로 장류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제품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딸기고추장’은 그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논산이 국내 최대의 딸기 생산지역이고, 5월 이후 생산되는 ‘끝물딸기’의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 딸기를 고추장의 원료로 이용한 이유다. 딸기고추장은 새콤달콤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법인에 딸기를 납품하는 농가당 100만 원 이상의 부수입을 올리고, 일용직 일자리 50개 이상이 만들어지는 효과도 생겼다는 설명이다.

한편 최 대표는 단무지무 수확 이후 대부분 버려지는 무청에도 주목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제품이 ‘즉석 시래기된장국’과 ‘시래기된장무침’ 등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또 전통장을 이용한 천연소스와 이 소스를 넣은 비빔밥도 개발했다. 천연소스의 개발로 지난 2014년에는 매출이 3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허청으로부터 전통식품 관련 특허 5건, 농림축산식품부의 전통식품 품질 인증 3건, 충남 논산 ‘예스민’ 가공식품 인증 3건을 받기도 했다. 궁골식품은 가공식품 생산·판매 외에도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 및 주부 등이 대상이며, 연간 체험객이 3000여명에 달한다. 농산물 생산·가공·체험으로 이어지는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룩한 셈이다.

궁골마을 입구 전경.

궁골식품의 체험 프로그램은 무리한 시설투자를 지양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메주를 띄우는 공간을 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메주를 띄우지 않는 3~11월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체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궁골식품이 자리 잡고 있는 논산시 대촌리는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콩 농사를 많이 지어온 곳으로 유명하다. 최 대표는 “지난 2008년에 주민들과 함께 메주와 간장,  고추장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드디어 계룡산 궁골식품이라는 이름을 지어 본격적으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생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또한 우리 콩 100%, 그리고 동네 주부와 할머니들의 전통 손맛이 가미되어 믿고 먹을 수 있는, 그리고 맛난 장류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인터넷이나 각종 보도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 나갔다. 궁골식품은 지역상생형 6차 산업화를 추진해 다양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충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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