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다. 빠르게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와해되고 해체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가정 형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가족 구성을 알아보고 그들의 삶의 모습을 4주에 걸쳐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③ 장애 가정
장애아 키우는 모창수(혜전뚝배기, 40)·김미영(35) 부부
소미네 가족은 대학가 앞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소미는 26주만에 840g으로 태어난 미숙아였다. 3개월간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던 소미는 2kg이 되어 퇴원을 했지만 뇌에 물이 차서 아이가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커 가면서 좋아질 줄 알았지만 생후 1년이 지나도 뒤집기를 하지 못해 결국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꾸준히 치료했지만 결국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 소미는 비록 다리를 쓰지 못하더라도 두 팔과 온 몸을 이용해 집안에서의 이동은 비교적 자유롭다. 50cm가 넘는 문턱을 혼자서도 거뜬히 오르내리는 모습이 무척 대견했다.
“겨우 초미숙아를 위한 시설이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 갔는데 주치의가 아이를 돌려서 낳자고 하더군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아이를 포기하자는 말이란 걸 알았어요. 병신자식이라도, 바보라도 내 새끼인 건 변함이 없다고 제발 아이만 살려 달라고 했어요. 집안 어르신들도 모두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며 포기하자는 말씀을 하셨지만 어떻게 내 새끼를 그냥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겠어요?”라며 소미 아빠는 소미를 잃을 뻔한 당시 상황을 어렵게 회상했다.
서툴지만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잊지 못할 감동
처음엔 심장이 뛰지 않아 심장을 뛰게 하는 주사를 맞았다. 주사는 3번까지만 맞을 수 있는데 살 수 있는 희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소미는 견뎌냈고 아이를 병원에 두고 엄마 혼자서 퇴원을 했다. 처음엔 엄마에게 아이를 보여 주지도 않았다. 퇴원할 무렵 1kg도 채 되지 않는 아이 몸에 5~6개의 주사 바늘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소미 엄마는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단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모유를 짜서 아이에게 먹이기 시작했어요. 기적처럼 날이 갈수록 아이가 건강해지는 거예요. 미숙아에겐 엄마젖만큼 좋은 게 없어요. 미숙아를 둔 엄마를 만나면 꼭 모유를 먹이라고 권해요. 그리고 치료는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제일 좋아요. 병원에 가서 보니 생후 2개월된 아이가 산소호흡기를 달고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더라구요. 조금만 더 빨리 시작할 걸 하는 후회가 되요”
장애를 갖고 있는 가정이라면 장애아가 우선이 되니 소미 언니인 소현이에게 소홀했다. 그래서 큰애가 초등학교 2학년때 ‘조기성숙증’이란 진단으로 심리 치료를 받았다. 어른들로 치면 일종의 화병인 셈이다. 아이가 혼자 잘 참고, 혼자 놀고, 혼자 삭히고 그랬던 걸 몰랐다.
그래서 소미 동생을 낳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나중에 엄마, 아빠 다 죽고 나면 큰 아이 혼자 너무 힘이 들지 않을까? 차라리 셋이 오순도순 서로 돕고 살면 좋겠구나 하는 맘으로 소미 동생 소희를 낳았다. 그러나 소희도 8개월 만에 2kg이 안 되게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있게 됐는데 어이없게도 모창수 씨 부부는 “우리 성공했다고, 소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앞으로 한 달만 있으면 나올 수 있을거라고 참 다행이라며 여유까지 부렸다고 한다.
앞으로 소미는 인대가 짧아 자꾸 다리가 안으로 굽어서 펴주는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해야 한단다. 엄마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소미가 어느새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수술하기 싫다고 말하는데 참 가슴이 아팠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정상’과 ‘비정상’ 나누는 것 잘못
장애 전담 어린이집 교사 김 씨는 장애 가정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제일 크다. 장애 가정인 경우는 맞벌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간혹 있다. 특히 언어장애를 가진 경우엔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관건인데 대다수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말이 조금 늦을 뿐이라며 결코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장애가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장애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려야 함을 강조했다. 장애인이나 장애인을 둔 가족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당사자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며,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소미네는 엄마보다도 아빠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장애 가정일 경우 아빠가 육아에 소극적이면 가정 불화가 찾아와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미 아빠는 오히려 소미재활에 더욱 열심이다.
소미 부모는 어린이집에서 중증장애를 지닌 다른 아이들을 보며 참 감사한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저 침만 질질 흘리고 누워 있는 아이도 있고, 온 몸이 굳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아이도 있는데 다행이 소미는 인지가 되어 내년에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그래서 모창수 씨 부부는 항상 “전생에 우리가 좋은 일들을 참 많이 했다. 무척 착하게 살아 복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한다.
장애아 양육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홍성군장애인복지관 배대경 사회복지사는 “부부가 장애가 있으면 아이에게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장애 부모 밑에서 아이가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고 중산층도 아닌 어정쩡한 틈새에 끼어 있는 가정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정부의 혜택이 없다. 의외로 어느 한 분야에 재능이 있는 장애아들이 많아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밑반찬이나 경제적 후원 등은 단발적 지원밖에 안 된다. 심리·인지·물리·언어 등이 원활하게 연계된 재활치료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장애 가정 지원책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으로 소미 아빠는 “소미가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이대로만 잘 커줬으면 한다. 앞으로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으며 장애를 극복해 가면서 비장애인처럼 완전한 자립은 아니더라도 장애가 있는 상황에서도 직업인으로서 자립을 하여 당당한 사회인으로 키우는 것이 장애아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진정한 꿈”일 것이라며 말을 마쳤다.
개별 가정의 장애아 부모들이 경제적·심리적으로 파탄에 이를 때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 장애는 국가와 지역사회, 그리고 이웃이 함께 힘을 모으고 나서서 장애가정이 제대로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책임을 나눠가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