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지역 폐교, 문학관·박물관, 힐링공간·문화공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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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지역 폐교, 문학관·박물관, 힐링공간·문화공간 변신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10.0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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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15〉
제천원서문학관으로 탈바꿈한 옛 백운초 애련분교.

산업화로 인한 농촌 공동화와 고령화로 시골학교 ‘녹슨 교문’ 남겨
문화예술인 작업·전시공간으로 ‘녹슨 교문’ 다시 열리는 학교 늘어
폐교에 소설가는 ‘문학관’ 지적전문가 국내유일 ‘지적박물관’ 열어
산골 폐교가 다시 꽃피는 문화예술공간과 힐링공간으로 탈바꿈 해

 

지난 198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충북지역에서 폐교된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254개교, 새로 문을 연 학교는 156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지난 40여 년 사이 모두 98곳의 학교가 문을 닫은 셈이다. 

충청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0여 년 동안 가장 많은 폐교가 있었던 지역은 제천으로 총 39개교가 문을 닫았다. 다음은 영동지역으로 35개교, 괴산·증평지역과 충주는 각각 32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반면 지난 1980년 이후 새로 문을 연 학교는 156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가 102개교(65%)로 가장 많았고, 충주 25개교, 제천 12개교, 진천과 음성이 각각 6개교, 단양은 2개교, 영동과 옥천, 괴산·증평은 각각 1개교씩이다. 결국 지난 40여 년 동안 충북지역 학교는 청주지역 집중화가 두드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주는 70개교가 늘어난 반면 충주와 제천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은 1~6개교 학교만 새로 생겼다. 폐교된 학교 254개교 중 매각된 곳은 124개교, 민간인 임대는 82개교, 자체활용 학교는 24개교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미임대 24개교의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무튼 언제부터인가, 어느 마을에서부터인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면서 학교 교실엔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고, 아무도 쓰지 않는 책·걸상만 덩그러니 남은 채 교문은 닫히고 말았다. 산업화로 인한 농촌 공동화와 고령화로 시골에 ‘녹슨 교문’을 남겼는데, 이곳에 문화예술인들의 작업공간,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면서 녹슨 교문이 다시 열리는 학교가 늘고 있다.
이렇듯 전국의 농산어촌에 늘어나고 있는 폐교(廢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화 물결을 따라 살기 편한 도시로 떠난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다. 열악해진 농산어촌의 현실과 맞물린 교육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극복하려는 논의만 분분할 뿐, 좀처럼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의 문제다. 폐교를 지역의 새로운 문화 창구로 새롭게 단장시키려는 시도는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천지적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옛 양화초 폐교.
제천지적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옛 양화초 폐교.

■ 폐교가 문학관·박물관 등으로 탈바꿈
흉물이던 농산어촌 지역의 폐교가 화려한 변신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폐교로 방치했으면 그야말로 흉물로 변해버렸을 옛 폐교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있다.

충북 제천 백운면 애련리의 폐교된 백운초등학교 애련분교를 매입,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곳이 바로 ‘원서문학관’이다. ‘원서(遠西)’는 백운면의 조선시대 지명으로 ‘제천에서 서쪽으로 가장 멀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원서문학관은 천등산과 박달재 사이 맑은 백운천 옆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원서문학관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오탁번 고려대학교 교수가 정년퇴직을 하고 부인 김은자 교수와 함께 자신의 모교인 제천 백운면 애련리의 폐교된 백운초등학교 애련분교를 매입해 문학의 터전으로 변신시켰다. 2004년 3월 문예창작교실을 시작으로 정식으로 문을 열어, 서울과 지방 문인들의 교류의 장을 열었고, 천등산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문학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이 되고 있다. 원서문학관에서는 매년 여름방학에 ‘어린이 시인학교’를 열고, 문예창작교실과 시낭송회, 시인과의 대화 등의 문학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어린이 시인학교는 백운초등학교 어린이 20∼30명을 대상으로 1주일간 무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문학관 내에 야생화 정원과 시비정원을 조성해 현대인들의 휴식과 영상의 공간을 마련,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폐교를 개조해 만든 문학관에는 전시실과 세미나실, 사무실과 각종 부대시설이 있는데, 전시실에는 정지용의 지용시선, 백록담, 산문과 작가 김기림 작가의 시론, 작가 이기영 작가의 서화 등과 195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 등을 소장하고 있으며, 구상, 조병화, 김춘수 등 시인 50명의 얼굴 사진과 김춘수, 서정주, 김남조 등 육필원고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 삼국시대 토기 20점과 민속자료(다식판, 촛대 등) 50여 점 등 총 4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이처럼 폐교를 개조해 문인들과 지역주민들이 문학으로 소통하고 있다.

또한 충북 제천 금성면 양화리의 옛 양화초등학교는 지난 1995년 문을 닫았지만 1999년 10월 문을 열고 지금은 국내 유일의 ‘지적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이곳에는 대한지적공사 지적기술연구원 교수로 일하다가 퇴직한 이진호 관장이 수집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어 우리나라 지적사(地籍史)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지적박물관’에는 대동여지도(영인본) 등 조선 시대의 지도를 비롯해 일제강점기의 측량기계, 지적 분야 국제 학술집 등이 전시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토지 문서, 임야도, 임시토지조사국에서 발행한 규정집, 측량 관련 임명장 등 지적 관련 자료 5000여 점이 있으며, 해방 이후 최근까지 발행한 전국 시·군의 향토지 2000여 점, 학교, 교회, 기관 등이 발행한 100년사 등 주요 사료집 500여 권 등 모두 1만 6000여 점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는 한 해에 2000~3000여 명이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천시도 폐교 임대료 지원 등을 통해 박물관 운영을 돕고 있는데,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대학의 지적 관련 학과와 학생, 중·고등학생의 학술답사 장소로도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제천공전자연학교로 변신한 옛 공전초 폐교.
제천공전자연학교로 변신한 옛 공전초 폐교.

■ 폐교가 힐링공간·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제천시 봉양읍 옛 공전초등학교 자리에 위치한 ‘공전자연학교’는 제천 출신의 예술인 15명이 ‘관광두레’의 일종인 ‘자작문화예술협동조합’을 만드는 산실 역할을 하면서 힐링공간으로도 거듭났다. 관광두레사업은 주민 주도의 지역형관광사업으로 제천에서는 ‘자작문화예술협동조합, 산야초마을, 꽃단지마을, 교동문화마을, 백석내수면어업계, 농촌공동체연구소, 수산전통주사업단 등이 두레 형태의 관광경영체 건립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옛 공전초등학교는 과거 농촌인구가 많았던 때에는 전교생이 2000명에 육박하는 제법 규모가 큰 학교였다. 하지만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로 학생 수가 줄자 봉양초등학교 분교로 유지되다가 1999년 9월 문을 닫았다. 폐교로 남아 있던 이곳을 2013년 제천교육지원청으로부터 임대받아 ‘공전자연학교’로 문을 열고, 산야초를 연구하며 차와 효소 등을 개발해 상품화시키는 작업과, 협동조합 만들기에 몰두해 오고 있다. 협동조합 운영은 발효, 미술, 목각체험을 통한 테라피프로그램, 문화역사콘텐츠 중심의 박달재권역관광네트워크 구축, 박달재주말문화장터 등이다. 또 이 학교는 지역 예술인,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배론성지, 박달재에 얽힌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전설, 의병 창의지인 자영영당 등 주변에 산재한 역사자원스토리텔링, 관광네트워크구축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공전자연학교는 지역적인 활동 이외에도 각종 동호인들의 모임 장소로도 각광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충북 제천시 봉양읍 마곡리 옛 봉양초등학교 봉남분교장에는 2017년 5월 ‘한국차문화박물관’이 정식 개관했다. ‘한국차문화박물관’은 충주에서 제천 방면 38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마곡 입구 삼거리에서 한적한 산골의 시골길로 7㎞ 남짓 접어들면 전나무와 은행나무 등의 산 아래 둘러싸인 길가의 개울 건너 아늑한 폐교에 자리하고 있다.‘한국차문화박물관’ 관장인 권진혁 전 대원대학교 국제교류원장은 ‘보이차(普洱茶)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권 관장은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무쇠주전자를 1973년 구매하면서 40여 년 동안 중국, 티베트, 일본 등 동아시아의 차 도구를 수집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수집한 나라별 차와 각종 도구는 2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품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제천 한수중학교 폐교는 한국축구학교에 10년간 대부했으며, 제천 덕산초등학교 월악분교 폐교는 민속놀이학교로, 20여 년 전 폐교된 제천의 옛 송학초등학교 송한분교는 캠핑장으로 탈바꿈하는 등 제천지역의 폐교가 다시 문화예술공간과 힐링공간 등으로 변신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끝>
 

제천차문화박물관으로 변신한 옛 봉양초 봉남분교장.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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