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기사 (49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영등영 (咏燈影)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 영등영 (咏燈影) 1.咏燈影(영등영) 옥중의 심회를 담고 보니 바구니엔 철철 넘친 시가 상당한 수 있었다. 천정에 매달려 있는 등과 물에 어린 창이 반사하고 있는 두 개의 등을 제시한다. 자신이 누워 있는 자리에는 두 개의 불빛이 다 못 미친다.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감옥이란 공간을 생각해보면 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도의 길을 걸어가야 했지만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인 것을 발견하는 모습이다. 시인은 두 눈은 아무래도 잘 보이지 않고 희미한데, ‘선승(禪僧)입네’ 소리쳤던 내가 되려 부끄럽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咏燈影(영등영)창문도 차가운 밤 등 그림자 바라본다두 눈은 아무래도 잘 보이지 않는데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1-02 12:40 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 하나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 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 하나 외국에서 나라의 상징인 국기와 국화인 무궁화를 보면 뭉클한 마음속에 애국심이 솟는다. 외국에 나가 있으면 같은 국적인을 만나면 등이라도 칠 양으로 반가움을 금치 못한다. 그렇지만 외국 국기나 외국 꽃을 무관심하거나 민족적 감정이 뒤틀려 있다면 증오심마저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심정이리라. 대체적으로 일화(日花)인 일본 꽃은 ‘앵화’라고 하는데 우리에겐 좋지 않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시인은 눈도 꽃도 모두가 진짜가 아니거늘, 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고 하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見櫻花有感(견앵화유감)지난 겨울 내린 눈은 꽃과도 같았는데올 봄에 피는 꽃은 흰 눈과 똑 같아라눈과 꽃 진짜 아니거늘 찢어지는 내 마음.昨冬雪如花 今春花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1-09 14:48 하늘 가득한 내 마음 찌르는 가시들이 있는데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 하늘 가득한 내 마음 찌르는 가시들이 있는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질게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생사(生死)의 갈림길에서 가까운 친지가 있으면 더욱 좋다. 친지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남은 생도 부탁한다. 사후의 시신처리에 대한 부탁도 서슴없이 한다. 장지는 어느 곳을 선택하여 하라든지 남은 재산은 어떻게 처리하라는 등 이른바 유언이다. 시인은 위와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기왓장 같은 내 삶이 이리도 부끄럽기만 한데, 옥같이 부서지는 죽음은 아름답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寄學生(기학생)기왓장 나의 삶이 이리도 부끄러워옥같이 부서지는 죽음 되려 아름답네읊어본 마음의 노래 가시 되어 찌른다네.瓦全生爲恥 玉碎死亦佳와전생위치 옥쇄사역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1-16 11:39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4> 砧聲(침성) 뼛속까지 스며드는 이 차가움 누가 알리오 다듬이 소리에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아낙네들이 남편과 집안 식구들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풀 먹인 무명 저고리와 바지를 다듬이 위에 놓고 펴고 마르는 일이 다듬이 소리다. 소리만 듣고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낙들이 빨래를 펴는 공정을 잘 알고 있다. 멀리서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차디찬 감옥 속까지 들리는 작업과정은 곁에서 보지 않아도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으리니. 시인은 천자의 옷이 따뜻하다고 말하지는 말게나, 뼛속까지 스며든 이 차가움을 누가 알리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砧聲(침성)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감옥 속은 차가운데천자의 옷 따뜻하다 말하지들 말게나차가움 뼛속까지 스며드니 그 누가 알아주나.何處砧聲至 滿獄自生寒하처침성지 만옥자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1-23 11:34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5> 국화꽃 피면 다시 만날 기약 잊지 말게나 외롭고 차디 찬 옥중을 찾아 면회했던 사람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가 옥중에 있는 사람과 친분관계가 두텁거나 그렇지 않는 사람을 망라하여 찾은 영상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옥중에 있는 시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 만나기 어려웠는데 옥중의 이별 또한 기이하구나라고 하면서 옥중에서 만난 인연을 기이한 한 인연으로 여기는 모습을 본다. 시인은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나기도 어려웠는데, 옥중에서 하는 이별 또한 기이하기도 하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贈別(증별)만나기 어려운데 옥중 이별 기이하네아직도 옛 맹세는 식지 않고 있으니국화꽃 피어오르면 만날 약속 잊지말게.天下逢未易 獄中別亦奇천하봉미이 옥중별역기舊盟猶未冷 莫負黃花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2-06 13:48 가을바람에 늘어나는 백발이여라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6> 가을바람에 늘어나는 백발이여라 민족적 큰 스승을 만난다. 말로 하는 조국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인 조국이다. 조국을 잃었을 때 학문적, 종교적, 문학적이 아니라 몸으로 승화했던 시인이다. 그가 애타게 부르짖은 임은 바로 조국이자 부처였다. 자유시 ‘님의 침묵’에서나 정형시 ‘추회(秋懷)’등에서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를 민족 시인이자 언론인이며 스님이었다고 추앙하며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시인은 이겼다는 기별은 아직도 오지 않았건만, 벌레만이 울어대고 또 다시 부는 가을바람에 늘어나는 백발이여라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秋懷(추회) 보국하다 빈 칼집 옥중 신세 지겨운데이겼다는 기별 없고 풀벌레만 우는구나또 다시 부는 가을바람에 백발신세 늘어가고.十年報國劒全空 只許一身在獄中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2-13 11:01 철창은 여전히 잠기어 열리지 않는데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7> 철창은 여전히 잠기어 열리지 않는데 뼛속까지 차가운 감옥의 겨울이라고 한다. 그 겨울은 차갑고 어둡기만 했었다는 필설을 토해낸 어느 시인의 글을 희미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지 않을 만큼의 온도만 유지하는 모진 추위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거침없이 무쇠처럼 차가운 이불 속에서 꾸는 꿈을 잿빛이라고 표현했다. 시적인 표현의 진수에 글줄이라도 쓴다는 사람도 은유적 비유법 묘미에 고개를 끄덕이지 아니할 수 없으리. 시인이 철창은 여전히 잠기어 열리지 않는데, 깊은 밤 쇳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가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雪夜(설야)감옥 밖 눈의 바다 무쇠처럼 차가운 밤철창은 여전히도 잠기어 열리지 않네깊은 밤 쇳소리만이 어디서 들려오나.四山圍獄雪如海 衾寒如鐵夢如灰사산위옥설여해 금한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2-20 10:41 웅변은 은이지만 침묵은 금이라 했으니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8> 웅변은 은이지만 침묵은 금이라 했으니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을 생각하게 하는 어느 시인의 호소가 들리는 듯하다.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언변의 진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제 침략시대는 한다한 지식인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사석에서 시대를 비판하는 말도 그들의 감시망을 막지 못했고, 언론을 통한 필설도 모두 검열의 대상이 되었다. 이른바 대동아전쟁을 전후한 기간에는 더욱 그랬다. 시인이 웅변은 은이라지만 침묵은 금이라고 했으니, 나는 이 금으로 자유의 꽃 몽땅 다 사버리겠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獄中吟(옥중음)앵무새 언변 좋고 내 언변 미치지 않네웅변은 은이라 하고, 침묵은 금이라 하니금으로 자유의 꽃을 몽땅 다 사버렸으면.壟山鸚鵡能言語 愧我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2-27 11:20 석가님도 원래는 보통사람만 생각했으리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9> 獄中感懷(옥중감회) 석가님도 원래는 보통사람만 생각했으리 불전(佛典)에서는 석가의 존재 범위에 대해 가르친다. 석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고 했고, 석가는 보통 사람의 가슴에 있다고도 가르친다. 맞는 것 같으면서도 선뜻 고개가 갸우뚱거렸다면 부처의 참뜻을 모른다고도 말한다. 옥중에서도 예불을 드리면서 대자대비의 진실한 가르침은 선자(禪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가슴이 있는 한 가르침을 살핀다. 시인은 근심과 즐거움은 근본이 빈 것(空)이요 오직 마음만이 있거니, 석가님도 원래는 보통 사람만 생각했으리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獄中感懷(옥중감회)한 생각 깨끗하고 달빛만은 곱고 고와공덕은 우락(憂樂)인데 마음만 가득하네원래는 석가님께서도 보통 사람 생각했네.一念但覺淨無塵 鐵窓明月自生新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3-06 10:53 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더 남기지 마시라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0> 끝나지 않은 황매천의 한, 더 남기지 마시라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황현은 1901년 한일합방의 부당성에 의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했다. 장지연은 1905년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의 사설을 실었다.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000만 동포여,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기자 이래 4000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황성신문 2101호)]라고 했다. 시인은 끝나지 않는 황매천의 한 남기지 마시라, 큰 위로와 괴로운 충성 사람들은 절로 알리니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黃梅泉(황매천)의로운 길 객을 따라 영원히 보국하사부릅뜬 눈 새 꽃으로 만고에 피어나리큰 위로 괴로운 충성 사람들은 절로 알리.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 2014-03-14 11:36 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아오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1> 獨窓風雨(독창풍우) 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아오네 국운이 기울어져 가는 어느 봄날 창가에 스친 강한 비바람을 물끄러미 보았던 것 같다. 홀로 있는 시인 자신을 한국으로, 가만히 있는 창가를 심하게 두드리는 바람과 비를 일본으로 비유하며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으로 착잡했음을 상상을 해본다. ‘창문을 왜 가만히 두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아도 시상이 서슴거린데 왜 비바람은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시인은 낮잠에서 놀라 깨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아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獨窓風雨(독창풍우) 홀로 상심 더했더니 흰머리 생겨나고낮잠에서 놀라 깨니 사람은 보이잖네뜰 가득 비바람 소리에 가을을 몰고오네.四千里外獨傷情 日日秋風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 2014-03-20 13:41 천리엔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이건만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2> 천리엔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이건만 우수수 지는 가을 잎을 보면 한 해가 그렇게 저 멀리 뒷모습을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흔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겨울을 재촉하면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저 만큼 보내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소소한 가을에 아쉬움을 보낸다. 어디 보내는 아쉬움뿐이랴. 산 너머 저만큼 멈칫멈칫 기다리고 있는 봄도 어서 오라고 손짓하면서 맞이한다. 시인의 시상 주머니는 오늘밤 천리엔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이건만, 밝은 달을 벗 삼아 가을 잎만 우수수 지는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述懷(술회)마음은 성글어서 빗장 없는 집과 같고미묘한 것 무엇 하나 바른 것이 없어라천리 밖 한 오라기 꿈들 가을 잎에 우수수.心如疎屋不關扉 萬事曾無入微妙심여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3-27 15:35 가을 향기만이 끝없이 옷에 감기는구나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3> 가을 향기만이 끝없이 옷에 감기는구나 스님은 선방에 앉아 참선에 정진할 수만은 없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동료 스님에게 불전을 강론하기도 하고, 불전의 어느 구절을 두고 토론도 하며 불심을 키워나간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계절이 바뀌면서 찾아오는 반가운 꽃 손님도 만나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친구와도 서슴없이 대화한다. 선방의 후원을 별다른 잡념 없이 무심코 걷노라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대화도 한다. 시인은 양쪽 기슭 쓸쓸하여 모든 일 번거로움은 없고, 유인이 스스로 가볍지 아니함을 감상하고 돌아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登禪房後園(등선방후원) 양쪽 기슭 쓸쓸하여 모든 일이 번거롭고가볍지 아니함을 감상하고 돌아오네절 안은 햇볕 찌는데 가을 향기 옷을 감네.兩岸寥寥萬事稀 幽人自賞 기획특집 | 장희구 박사<시조시인> | 2014-04-04 09:58 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三生)의 공(空)이로세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4> 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三生)의 공(空)이로세 깊은 산중의 한 낮은 고요함 그대로였을 것이다. 시인의 상상은 산의 한 낮을 그대로 둘리 없다. 뾰족한 봉우리도 그려보았을 것이고, 새소리 바람소리까지도 시상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아 넣었을 것이다. 아뿔싸! 그것만이 아니었네. 산 봉오리란 창에 고슴도치 한 마리가 앉아 있음까지 상상하더니만 눈바람을 대비시키면서 지난해의 추웠던 계절을 상상해 낸다. 시인의 상상력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인경(人境)이 고요하고 낮 기운도 차가운데, 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三生)의 공(空)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山晝(산주) 창에 모인 봉우리 눈바람에 처연한데인경은 고요하고 낮 기운도 차갑다네매화꽃 지는 곳마다 삼생의 공이라네.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 2014-04-14 13:09 가련쿠려, 청춘을 삼켜버린 내 병일지니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5> 가련쿠려, 청춘을 삼켜버린 내 병일지니 시는 상상이다. 못생긴 얼굴도 잘 생기게 화장을 시키고, 가까이 있는 사물도 멀리 있음으로 상상해 냈다. 시인은 시를 짓고자 하는 상상을 시벽이라 했다. 시는 누가 쥐어 주는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만든 시인의 생산품이다. 그런데 그 도가 지나쳐 얼굴에 살이 빠지고, 입맛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얼굴이 야위었으며, 몸을 지탱하게 해 주는 수분이 부족하여 탈진했던 병이었다. 시인은 시를 너무 즐겨 야위었으니 사람을 탈진하게 했고, 얼굴에 살이 빠지고 입맛도 잃고 말았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自笑詩癖(자소시벽)너무 즐긴 시 때문에 야위고 탈진하여얼굴엔 살 빠지고 입맛도 잃었구나청춘을 삼켜버린 병 가련함만 한탄하며.詩瘦太酣反奪人 紅顔減肉口無珍 기획특집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4-17 14:59 계절은 저절로 돌고 돌아가지 않는가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6> 계절은 저절로 돌고 돌아가지 않는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 한다. 스스로 즐거워함 없이 진정한 즐거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픔도 스스로 달래는 것이요, 외로움이 스스로 달랜다. 남이 건네는 한 마디는 위로되어 자락(自樂)의 한 길을 인도하는 것일 뿐 진정한 즐거움은 마음에서부터 자신이 만들어 간다는 가르침을 접한다. 선현들의 시문 속을 들여다보면 술과 외로움과 괴로움의 해소는 상관관계가 많이 높아 보인다. 철이 마침 좋은지라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즐겁게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自樂(자락) 철 좋아 막걸리 한 잔 어찌 시가 없으리나와 세상 둘이서 세사(世事)를 잊고 사니저절로 돌아간 사계절을 사람들이 맞이하네.佳辰傾白酒 良夜賦新詩가진경백 기획특집 | 장희구 박사 <시조시인> | 2014-04-24 15:10 꽃내음이 선(禪)에 들어와 그만 스러지고 마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7> 꽃내음이 선(禪)에 들어와 그만 스러지고 마네 현대인들은 오늘 일기예보를 접하면서 일정도 잡으면서 하루를 설계한다. 맑은 하늘이면 기분부터 상쾌하다. 어쩐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사업도 잘 될 것 같고, 좋은 사람도 만날 것 같다. 그렇지만 날씨가 찌뿌둥하고 비가 올 것 같으면 왠지 어깨부터가 무겁다. 날씨 정도에 따라서 하루의 기분이 완전히 달라 질 수 있다. 시인은 꽃내음이 무선(無禪)에 들어와 그냥 스러지고 만다는 시상과 함께 만약 선(禪)과 꿈이 다시 잊어버리는 곳이 있다면, 창 앞의 한 그루 벽오동나무일 뿐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新晴(신청)새 소리 꿈 저 쪽에선 차가움이 감돌고꽃 내음 무선에 들어 스러지고 마는구나선과 꿈 잊는 곳 있다면 벽오동 뿐인 것을.禽聲隔夢冷 花氣入禪無금성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5-01 12:39 한 번 바라보며 푸른 시 마음껏 읊조리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8> 한 번 바라보며 푸른 시 마음껏 읊조리네 스님이 암자를 찾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조용한 곳을 절간이라고 했다. 사찰보다 더 조용하여 수도정진하기에 좋은 곳이 암자다. 그래서 고승들의 수도는 주로 암자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백화암(白華庵)은 글자 그대로 온 세상과 함께 색깔이 희고 아름다운 절경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눈이 많이 왔던가. 깨끗하여 수도정진하기에 좋은 곳이란 뜻을 한껏 담고 있으렸다. 시인은 비록 길은 끊어졌으나 외로운 흥(興)만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 한 번 바라보면서 마음껏 시를 읊조렸다는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訪白華庵(방백화암) 오솔길 찾았더니 사방 풍광 새로워라길은 비록 끊어졌으나 외로운 흥 일어나푸른 시 읊조린다네, 한 번 더 바라보며.春日尋幽逕 風光散四林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5-08 13:42 눈에 집을 에워싸듯 산봉우리 이루고 있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19> 눈에 집을 에워싸듯 산봉우리 이루고 있네 시인의 시상은 아주 미세한 것에서부터 하늘을 나는 봉황이나 매 같은 날짐승도 생각해 내곤 했다. 요즈음으로 보면 로케트나 우주선과 같은 과학문명의 산물도 생각해냈을 것 같고, 부처님이나 메시아를 직접 만나 대좌하는 생각까지도, 그런 글까지도 조금도 주저함 없이 썼을 것 같다. 아주 맑은 날씨였지만, 차가움이 감도는 어느 날 매화를 보았고, 눈을 보면서 아름다운 시상을 떠올렸다. 시인은 달을 기다리다가 매화는 학인 양 야위어 있고, 오동에 의지하니 사람 또한 봉황임을 알겠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淸寒(청한)매화는 달 기다리다 학인 양 야위었고오동에 의지하니 사람 또한 봉황이네밤새운 매서운 추위 산봉우리 이룬 눈 집.待月梅何鶴 依梧人赤鳳대월매하학 의오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5-15 15:05 (이내몸) 눈바람 속 하늘가에 이르고 말았으니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0> (이내몸) 눈바람 속 하늘가에 이르고 말았으니 추석과 음력설이면 전국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방송을 듣는다. 조상 성묘라는 우리네 미풍양속이겠지만, 고향을 찾는 즐거움이 그 속엔 한껏 담겼다. 크고 자란 고향에는 향수덩이가 자리하고 있어 어디를 가나 내 놀던 동산이고 놀이터다. 초등학교 때 다녔던 운동장의 추억이며 훌쩍 커버린 느티나무를 만지면서 달라진 환경에 덧없는 세월을 곱씹어 본다. 모두가 시덩이요 글감이다. 시인은 마음이야 아직도 젊지만 몸은 이미 많이 늙어서 눈바람 속 하늘가에 이르고 말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思鄕(사향) 머나먼 고향 떠나 서른 해 글 속에 묻혀마음이야 젊지만 몸은 이미 늙었는지하늘가 이르고 말았네, 눈바람도 맞으며.江國一千里 文章三十年강국일천리 문장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5-22 14:50 처음처음123다음다음끝끝